
삼성전자가 부진에 빠진 티브이(TV) 사업 총괄 사장을 4일 전격 교체했다. 삼성전자가 최고경영자(CEO)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것은 반도체 사업이 부진에 빠졌던 2024년 이후 2년여 만이다. 수장 교체를 통해 중국 기업들의 공세 등에 맞서 사업 쇄신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이날 완제품(DX) 부문 내 이원진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삼성전자의 티브이·모니터 등 디스플레이 제품을 총괄하는 사장급이다. 삼성은 그간 대외적으로 ‘티브이 사업 위기설’에 선을 그었으나, 이번에 깜짝 인사를 통해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이다. 기존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완제품 부문장의 보좌역으로 물러났다.

회사 쪽은 “이원진 사장은 새로운 시각으로 비즈니스 턴어라운드를 주도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등 티브이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통상 연말에 하는 사장 인사를 예고 없이 단행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티브이 시장 수요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티브이 사업의 수익성이 계속 나빠지자 인적 쇄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 및 생활가전(DA) 사업부 영업손익은 지난해 4분기(10∼12월) 6천억원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1천억원 줄어든 2천억원 흑자에 머물렀다. 다만 김철기 현 생활가전사업부장은 지난해 4월 임명된 터라 이번 교체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원진 사장은 앞으로 삼성전자 티브이 사업의 서비스·소프트웨어 사업 확대 등 신규 수익원 및 미래 성장 동력 마련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미국 구글의 북미 광고솔루션 총괄, 구글 코리아 대표 등을 거쳐 2014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뒤 티브이·모바일 서비스 사업 등을 담당한 서비스·마케팅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티브이 사업 수장 교체와 더불어 중국 현지 가전 판매 철수, 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를 포함한 중소형 가전의 외주 생산 확대 등 사업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앞서 2024년에도 정기 인사 시기가 아닌 5월에 기존 반도체(DS) 부문을 총괄하던 경계현 사장을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이동시키고, 전영현 부회장을 반도체 총괄 부문장으로 위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티브이는 국산과 화질이 비슷하지만 가격은 오히려 싸다”며 “이들과 경쟁하려면 플랫폼 서비스 등 수익 창출을 위한 다른 무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