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 뒤 돌발 악재… 대한항공 유가·환율 파고 넘을까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뒤 ‘이란 전쟁’이라는 돌발 악재로 고유가·고환율의 큰 파도를 만났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의 대한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근본적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려는 취지로 2024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88%를 인수하며 세계적 항공사가 됐다. 2025년 1년 치의 아시아나항공 손익이 대한항공과 합쳐지면서 첫 연결손익계산서가 작성됐는데 결과는 매출액 25조2244억원, 영업이익 1조1136억원이었다. 홍콩 거점 영국계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의 연매출액 22조원을 훌쩍 뛰어넘으며 대형 항공사의 탄생을 알렸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뒤 최대 위기를 맞은 듯하다. 중동 전쟁으로 치솟은 기름값이 회사 손익에 타격을 줄 것이다. 대한항공의 매출원가에서 유류비 비중은 30%가 넘는다. 중동 전쟁 한 달 만에 유가가 50% 가까이 올라버렸으니 손익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2025년 유가가 10% 변동하면 영업이익에 마이너스(-) 6742억원의 영향을 미친다고 공시했다. 이처럼 유가는 민감도가 꽤 큰 대외변수다. 실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길 정도로 급등했던 2011년과 2012년의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100달러 아래였던 2010년 영업이익 대비 각각 63%, 74%씩 감소했다.

 

손익 악화 이슈 2분기 점화될 듯

 

2026년 1분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년 수준의 실적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몇 달 전에 항공권을 구매했을 것이고 항공사 입장에서도 국제유가 급등 전에 보유한 항공유 재고가 있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더구나 긴 설 연휴 성수기도 있었으니 괜찮은 상황이었다. 금융정보 제공 기업인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대한항공 1분기 예상손익은 매출액 6조4천억원, 영업이익 4126억원으로, 2025년 1분기보다 각각 1%, 4% 감소한 수준이다. 2월 말에 발발한 중동 전쟁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손익 악화 이슈는 2분기부터 점화될 것이다. 계절적 비수기이므로 여객 수가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가 인상이 본격적으로 손익에 영향을 줄 것이다. 물론 유가가 오르면 항공사는 유류할증료로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유가 오름폭이 워낙 가팔라 적시에 항공권 가격에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다수 승객도 유류할증료 인상 전에 항공권을 결제할 테니 항공사 처지에서는 손익 유지가 쉽지 않다. 증권사들은 대한항공의 2분기 매출액이 2025년 2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영업이익은 7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는 유가 옵션 같은 파생상품으로 유가 위험을 관리하는데 이번에 얼마나 선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항공사 입장에서 운항 편수를 줄일 수는 있다. 하지만 고정비 부담 문제로 간단치 않다. 대한항공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원가와 ‘판매비와관리비’에서 인건비·감가상각비 같은 비용만 8조원 넘게 발생하고, 전체 영업비용의 34%를 차지한다. 운항 편수를 줄여도 고정비는 피할 수 없으므로 비용은 계속 발생하고 매출만 줄어드니 손익에 악영향을 준다. 

회계장부상 비용으로 처리되지는 않지만 고정비처럼 빠져나가는 큰 지출도 있다. 항공기 관련 리스부채이다. 고가의 항공기를 모두 돈 주고 사올 수가 없어 리스로 들여오는 항공기가 제법 된다. 2025년 말 기준 대한항공의 리스항공기 잔액은 약 14조원으로, 보유한 항공기 잔액보다 두 배나 크다. 리스항공기에 대한 리스료를 내면서 회사는 비용이 아니라 부채 감소로 회계처리를 한다. 즉, 손익계산서의 비용은 아니지만 현금유출이 고정적으로 발생하므로 최대한 운항 횟수를 늘려야 회사 현금흐름에 도움이 된다.

국제유가 급등도 문제이지만 또 다른 복병은 환율이다. 외화 거래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환율 민감도도 매우 높다. 대한항공의 2025년 재무제표 주석 사항을 보면 외화로 표시되는 화폐성자산과 부채가 각각 4조원대, 17조원대나 된다. 부채가 압도적으로 큰데 이 가운데 미국 달러 표시 화폐성부채가 3분의 2를 넘는다. 즉, 갚아야 하는 달러부채가 이렇게 많은데 환율이 부지기수로 올라버리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회사는 원화가 10% 약세인 경우, 즉 달러가 오르면 2025년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에 마이너스 7793억원의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공시했다. 회사의 2025년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은 8235억원이었으니 2026년과 같은 환율 변동은 손익에 큰 악영향을 준다. 

2025년의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1조1136억원인데, 영업이익 아랫단에 표시된 외화 관련 손실은 9465억원, 외화 관련 이익은 9119억원일 정도로 수치가 크다. 외화채권 및 채무가 워낙 많다보니 평가손익과 환차손익이 영업이익 수치만큼 크게 발생하는 것이다. 다행히 순외화관련손익은 346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대한항공의 환리스크 관리는 매우 잘되는 편이다. 갑작스레 일어난 전쟁으로 환율이 예상을 넘어섰지만 이번에도 대응을 잘했으면 좋겠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연결기준 대한항공 재무상태는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2025년 말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5조3445억원이지만 갚아야 하는 차입금 총계는 무려 22조4881억원이나 된다. 상계하면 순차입금이 17조1436억원이다. 한 해 발생하는 이자비용만 8068억원이니 영업이익 1조1136억원과 비교하면 이 역시 부담되는 수치다. 유가 급등이 물가 상승을 불러일으켜 금리 인상 유발 요인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유류비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가 이자비용 지급 능력을 떨어뜨린다.

 

‘풀서비스 항공사 평가’ 4위

 

그렇다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대한항공은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글로벌 항공·여행 전문매체 에어라인레이팅스가 실시한 2026년 세계 최고의 ‘풀서비스 항공사’ 평가에서 카타르항공, 캐세이퍼시픽, 싱가포르항공에 이어 4위에 올랐다. 또한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공항 서비스평가 12년 연속 1위에 오를 정도로 우리나라는 이미 항공업계 선진국으로 자리 잡았다. 대외변수에 매우 민감한 업종이다보니 2026년에는 주춤하게 됐지만 모든 게 다시 정상화되는 가까운 미래에는 더 크게 도약할 것이다. 

박동흠 공인회계사·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박동흠은 많은 사람에게 기업 숫자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글을 쓰고 강의하는 일을 주로 한다. 뉴스나 소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숫자를 찾아 분석하면 숨은 뜻을 헤아리고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생긴다. 그 힘을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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