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발 묶인 선원 "출항 준비만 반복…언제 풀릴지 몰라"

경고 방송 줄었지만 긴장 지속…선원들 해상 대기 장기화에 피고감

호르무즈 해협에 닻을 내리고 멈춰 있는 선박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 현지 해역에 발이 묶인 우리 선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초기의 극심한 긴장감은 다소 완화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 속에서 일상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페르시아만 해역에 정박 중인 한 선원은 연합뉴스와 SNS를 통해 "휴전 합의 이후 기대감도 있었지만, 양국이 다시 강하게 대치하면서 확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평소처럼 선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1일 말했다.

군사적 긴장 상황도 시간이 지나며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다.

이 선원은 "초기에는 경고 방송이나 주변 군함 움직임 등으로 긴장감이 컸지만, 최근에는 이런 상황이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우리 선박들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아부다비 인근 해역에 정박한 채 출항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출항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 재개 가능성에 대비해 인근 해역으로 이동한 선박들이 많고, 사우디 등지에서 대기하던 선박들도 UAE 해역으로 모여 있는 상황"이라며 "상황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언제 출항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선박은 항상 출항할 수 있도록 준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 대기가 이어지면서 선원 교대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한국인 선원은 173명에서 161명으로 줄었다. 교대로 승선한 선원은 대부분 외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 중인 한국 선박의 선원이 직접 촬영한 미사일 발사 장면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계약 기간이 끝난 선원들은 순차적으로 하선을 신청하고 있고, 신규 승선 인력이 투입돼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며 "선사 측의 계약 연장이나 근무 강요는 없었다"고 밝혔다.

선내 생활 여건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상황의 장기화에 따른 불편도 적지 않다.

이 선원은 "식수와 식량 등 기본적인 물자는 충분히 확보돼 있고, 부족이 예상될 경우 추가 보급도 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현지 물가 상승으로 생필품 가격이 20∼30% 이상 올랐고, 한국 음식 재료나 양념을 구하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해상에 정박 중인 만큼 외부 활동은 제한적이지만,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선원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있다.

이 선원은 "현재 해상에 닻을 내린 상태라 육지로 나가 산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선내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점이 답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을 듣거나 운동을 하고,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승선 생활에 익숙한 편이라 장기 대기에 따른 스트레스는 다행히 어느 정도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폭 39㎞ 호르무즈에 관심…"세계 석유 20% 수송" (CG)
[연합뉴스TV 제공]

또 선내에서 큰 사고나 환자가 발생할 경우 쉽게 대응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선원은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는 주로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해상 안전기관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선박 피격 등 위험 정보도 관련 기관을 통해 전달받고 있다"며 "요즘은 기대하기보다는 상황에 맞춰 대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의 상황을 보다 반영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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