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분 숨죽여보게 되는 킬링타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점'은 서바이벌 스릴러에 상실과 생존이라는 익숙한 감정을 얹은 작품이다. 불과 수개월 전 암벽등반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자 사샤(샤를리즈 테론)는 호주의 오지를 찾는다. 자신의 고집이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자책과 상실감을 안고 스스로를 극한으로 밀어 넣는 그녀는, 마을 사람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홀로 산을 오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남자 벤(태런 에저튼)은 사샤를 표적으로 삼아 생존 게임을 시작한다.
영화는 절벽과 급류,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 연출이 인물의 내면과 맞물리며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정평이 난 배우답게 샤를리즈 테론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상실의 무게와 내면의 고통을 묵직하게 전달한다. 주요 배경인 호주 블루 마운틴 일대는 절벽, 협곡, 급류,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극한의 환경으로, 추격전과 생존 액션의 핵심 무대로 활용된다. 자연 그 자체가 압도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이번 작품에서 이미지 변신에 나선 태런 에저튼은 듬성듬성한 대머리에 알몸 연기까지 감행하며 인상적인 악역을 선보인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시리즈와 ‘로켓맨’에서 에너지 넘치는 카리스마와 감정 표현력을 보여준 그는, 이번 작품에서 이를 완전히 뒤집는다. 거칠고 황량한 외형에 광기 어린 눈빛을 더한 사이코패스로 변신했지만, 캐릭터 서사가 얕아 ‘위협적인 존재’ 이상의 입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액션 여전사 샤를리즈 테론의 존재감은 여전히 강력하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아토믹 블론드’, ‘올드 가드’에서 보여준 액션 연기에 이어 이번에도 강인한 생존력을 발휘한다. 절벽을 오르고 급류를 헤치며 살인마와 맞서는 사샤를 통해 액션 여전사의 입지를 다시 한번 공고히 한다. 다만 이처럼 확고해진 이미지 때문에, 극 중 ‘쫓기는 존재’로서의 긴장감은 다소 약해지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 내내 이어지는 긴박함과 인간 체력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액션,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블루 마운틴을 중심으로 한 호주의 자연은 오락영화로서 충분한 매력을 지닌다. 절벽과 협곡, 숲과 급류가 만들어내는 공간감 속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은 몰입감과 대리 만족을 동시에 자극한다.
보는 동안의 긴장감과 배우들의 존재감은 충분히 유효하지만, 서사적 깊이를 기대한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제목이 의미하듯, 이 영화가 도달한 ‘정점’은 완전한 성취라기보다 장르적 쾌감과 한계 사이 어딘가의 경계선에 가깝다. 러닝타임 95분.
정명화(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