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큼 불여우 연하남’부터 ‘키링남’(키링처럼 달고 다니고 싶은 남자)까지. 배우 송강호에게 뜻밖의 별명이 생겼다.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 시즌2를 통해 기존의 무게감 있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연하남 연기를 선보이면서다.
지난 16일 공개된 ‘성난 사람들’ 시즌2에 송강호는 윤여정과 부부로 출연했다. 드라마는 특권층이 모이는 미국의 한 컨트리클럽(골프장, 휴양시설 등을 갖춘 회원제 공간)을 배경으로, 돈 없는 젊은 커플과 클럽의 지배인 부부, 클럽의 새 주인인 한국인 억만장자 부부까지 세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다. 세 커플은 모종의 사건으로 서로 얽히고설키며 협박과 회유를 오가는 팽팽한 심리전을 펼친다. 시즌1이 이민자 이야기를 다뤘다면, 시즌2는 인종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계급 격차와 밀레니얼세대·제트(Z)세대 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요 사건 가운데 하나는 김 박사(송강호)가 수술 중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김 박사는 한국의 유명 성형외과 전문의로, 아름다움과 젊음을 향한 욕망을 활용해 떼돈을 버는 한국의 미용성형 시장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수전증을 가진 채로 수술을 집도하다 사고를 일으키고, 아내 박 회장(윤여정)에게 연락해 문제 해결을 요청한다. 남편이 친 사고를 수습하느라 골치 아픈 박 회장에게 김 박사는 애정 표현과 동정심 유발 전략을 번갈아 늘어놓는다.

화제가 된 3화 장면에서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은근슬쩍 압박하는 김 박사에게 박 회장은 “당신, 날 사랑은 하는 거예요?” 하고 묻는다. 이어 자신이 다 책임지면 되는데 왜 굳이 은퇴 안 하고 계속 수술을 했느냐고 김 박사를 나무란다. 이에 김 박사는 “막말로 당신이 나 떠나면 나 어떻게 먹고살아요? 그때 가서 또 일을 해야 되잖아. 내가 매일매일을 얼마나 벌벌 떨면서 사는지 알아요?” 하고 되받아친다. 이어 “당신이 나 떠나면, 나 버리면, 나 그때 어떡해? 그때 가서 또 일을 해야 될 거 아니에요. 내가 어떻게 은퇴를 하나” 되묻는다. 애처로운 표정과 목소리를 더해 든든한 뒷배인 아내가 자신을 버릴까 봐 불안한 연하남을 표현했다.

이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송강호는 ‘키링남’ ‘앙큼 불여우 연하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데뷔 이후 30여년 동안 강렬하고 묵직한 캐릭터, 혹은 친근한 아저씨 같은 배역을 주로 맡아온 송강호가 연하남 역을 위화감 없이 소화한 게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공식 계정은 이 장면을 쇼트폼 영상으로 만들어 ‘불안형 연하 남친’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불안형 연하 남친이 송강도 아닌 송강호라니 신선하다” “알고리즘에 떠서 봤는데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다” “진짜 (아내가) 떠나갈까 봐 불안한 키링 연하남처럼 보인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윤여정의 출연작 ‘미나리’와 송강호의 출연작 ‘기생충’의 이름을 빗대 “미나리에 붙은 기생충”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