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무브’, 부동산에서 주식 이동만으론 부족하다 [세상읽기]

클립아트코리아

김우찬 |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경영대 교수

현재 정부는 ‘머니무브’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즉, 부동산과 은행 예금에 묶인 자금이 주식시장과 비상장 혁신기업으로 흘러들어가 생산적인 활동에 쓰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높여 경제 성장률을 견인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자본이 한 시장에서 다른 시장으로 이동하는 ‘시장 간 머니무브’만으로는 정책 효과를 온전히 거두기 어렵다.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자본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회사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회사로 이동시키는 ‘회사 간 머니무브’, 그리고 동일 회사 내의 비효율적인 사업 부문에서 효율적인 사업 부문으로 자본이 재배치되는 ‘회사 내 머니무브’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병행 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도 자본을 매우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음에도 수년째 현금을 쌓아두기만 하거나, 용도가 불분명한 부동산을 계속 보유하고, 비핵심 사업에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경영자 스스로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재편과 자본 재배치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이상적이겠으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코스피 6000 시대에 이미 들어섰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 1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회사가 지난 20일 현재 전체 상장사 2600개 중 45%에 이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회사에 자본을 공급한 주인이자, 자본의 효율적 사용을 누구보다 갈망하는 주주들이 직접 경영진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사업 재편과 주주 환원을 끌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주 관여 활동은 현행 법령상의 각종 걸림돌로 인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수익성 자산을 과다 보유한 상장회사에 대해 어느 주주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자산 매각과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관여 활동을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주주는 여러가지 장벽에 부딪힐 것이다. 대표적인 세가지만 짚어보자.

먼저, 이 주주는 ‘배당 확대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하려 해도 지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포기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주주제안을 하려면 0.5%(자본금 1천억원 이상인 상장회사)의 주식을 6개월간 계속 보유해야 하는데, 4월20일 현재 시가총액 50위권 회사에 제안하려면 1천억원 이상, 250위권 회사에 제안하려면 1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다른 주주와 연대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정치·경제 환경에서 그런 주주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둘째, 미국에서처럼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가 있다면 소액(2만5천달러) 주식을 1년만 보유해도 ‘비수익성 자산 처분계획 공개’와 같은 안건을 주총에 상정할 수 있겠지만, 우리 상법에는 관련 근거 규정이 없고 정관으로 이를 도입한 회사도 없다. 권고적 주주제안은 비록 결의 결과가 회사를 법적으로 구속하지는 않지만, 압도적 찬성이 나오면 경영자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셋째, 이 주주가 설사 주주제안을 할 수 있더라도 이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른 주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으려면 주주명부가 필요한데, 회사는 법상 보장된 주주명부 요청을 거부하기 일쑤고, 설사 받게 되더라도 명부에는 이름과 주소뿐이다. 위임장을 받지 못하면 다른 주주들의 찬성표라도 많이 받아야 하는데 주주들이 안건을 검토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대다수 회사의 주총 소집 통지 기간은 2주에 불과하고, 핵심 참고 자료인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도 주총 1주 전에야 겨우 공개된다. 3월 말 특정일에 주총 개최가 집중되는 문제까지 겹치면서 의안 분석기관의 권고와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는 부실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법은 이미 오래전에 나와 있다. 주주제안에 필요한 지분 요건 외에 금액 요건을 두어 이 중 한가지만 충족해도 제안이 가능하게 하고,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 주주명부에 이메일 주소를 포함하고, 명부 제공 주체를 회사 외 한국예탁결제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주총 소집 통지 시점과 사업·감사보고서 공시 시점을 주총 4주 전으로 앞당겨서 주주들에게 충분한 검토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주주 관여 활동을 통한 머니무브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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