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CU 물류센터 사망 이틀만에 상견례…정식 교섭 아닌 긴급 대화 성격
정부 적극적 역할 촉구…구조적 해법 마련 없이는 제2, 제3 사고 가능성

(진주=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22일 오전 경남 진주시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서 BGF로지스 이민재 대표와 교섭 상견례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6.4.22 home1223@yna.co.kr
(서울=연합뉴스) 옥성구 기자 = 원청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던 조합원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한 지 이틀 만에 화물연대와 BGF 측의 대화 테이블이 마련됐다.
하지만 이번 교섭은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 열리는 긴급 대화 성격에 불과하다. 정부는 여전히 이번 만남을 노조법상 교섭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합의안이 도출되더라도 제도적 뒷받침을 보장하기엔 한계가 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법적 지위를 회피할 것이 아니라 원청의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고 교섭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는 등의 전향적인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2일 노동계와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CU BGF로지스는 이날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서 교섭 상견례를 했다.
지난 20일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 사고 발생 이후 양측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은 전날 '현 상황의 신속한 해결'을 핵심으로 한 합의서에 서명했고, 이날 만남으로 이어졌다. 오후 열리는 실무진 대화에서 양측은 세부 교섭 일정과 의제 등을 조율할 전망이다.
조합원 사망사고로 극에 치달았던 갈등은 대화 창구가 열리며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이번 양측 대화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중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는 이번 교섭을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으로 해석한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교섭 테이블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원청 책임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지난 21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 일대에 마련된 화물연대 사망 조합원 임시 분향소에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26.4.21 image@yna.co.kr
다만, 이번 교섭은 노조법에 따른 정식 교섭이 아닌 양측 합의에 따른 긴급 대화 형식이다.
단체교섭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노조법상 노조의 지위를 갖춰야 하고, 사업주의 사용자성이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노조법상 설립 신고를 마친 노조가 아니고, BGF의 사용자성에 대한 별도 판단도 거치지 않았다.
노동부는 이런 이유로 사건이 발생한 직후 "이번 사안은 노란봉투법에 따른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정식 교섭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합의안이 도출되더라도 법적 구속력과 이행 강제력 등을 담보하기 어려워 '반쪽짜리'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노동계는 정부가 중재자 역할에 머물기보다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한 보다 명확한 판단을 내리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화물노동자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지만, 원청에 의해 운임·물량·노동조건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되는 구조"라며 "노동부가 법 해석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노란봉투법에서 기존에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삭제한 것을 두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제2, 제3의 화물연대 조합원 사망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화물차 기사와 마찬가지로 레미콘 차주, 택배기사, 배달라이더 등도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 업체에 종속돼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들 직군도 원청을 상대로 교섭 요구를 준비 중이지만, 노동부의 해석대로면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파업과 물리적 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진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지난 20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화물연대 관계자가 센터 입구로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26.4.20 ima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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