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정부 각료 첫 야스쿠니 참배…총리는 이틀 연속 ‘공물·돈’ 봉납

22일 일본 일부 국회의원들이 도쿄 야스쿠니신사 봄 예대제(제사) 행사에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들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서 봄 예대제(제사)를 맞아 일본 정부 각료가 참배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참배를 피하는 대신 이틀에 걸쳐 공물과 돈을 봉납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22일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정담당상이 이날 오전 9시께 야스쿠니 신사에 도착한 뒤 참배했다”며 “지난해 10월 출범한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 각료의 야스쿠니 참배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1867년 메이지유신 전후를 시작으로 일본이 벌인 침략전쟁이나 내전 때 숨진 이들의 혼령이 합사돼 있다. 야스쿠니 신사 누리집은 “오로지 ‘나라의 태평함’을 일념으로 존귀한 생명을 바친 이들의 혼령들이 모셔져 있으며 그 수가 246만6천기에 이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가운데 90%가량이 일본의 침략전쟁인 태평양 전쟁 당시 희생자다. 이 때문에 일본 현직 총리나 각료들이 예대제 등을 맞아 이곳에 참배할 때마다 한국과 중국 등이 강한 유감을 드러내 왔다.

일본 정부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날 직접 참배를 하지 않는 대신 아리무라 하루코 자민당 총무회장을 통해 ‘다마구시료'라고 불리는 일종의 헌금을 사비로 냈다. 앞서 하루 전 다카이치 총리는 ‘내각총리대신 다카이치 사나에’ 명의로 ‘마사카키’(상록수의 일종인 비쭈기나무)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참배 문제는) 사적인 일정으로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면서도 “어느 나라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곧바로 논평을 내어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며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전에는 봄과 가을 예대제와 태평양전쟁 패전일(8월15일) 때에 맞춰 야스쿠니에 참배해왔다. 다만 총리 취임 직전인 지난 가을 행사부터 직접 참배를 피하고 있다.

아울러 이날 일본 초당파 모임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의 120명 넘는 의원들이 참배를 마쳤다고 티비에스(TBS) 방송 등이 보도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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