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병사가 레바논에서 예수상을 파괴한 사건에 종교계와 미국 마가(MAGA) 세력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내 여론 악화로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영향받을 것을 우려하는 이스라엘에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까지 나서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일(현지시각) 알자지라 보도를 보면 미국 보수 논객 터커 칼슨은 이날 자신의 뉴스레터에 “미국 주류 언론만 접하면 절대 알 수 없겠지만, 이런 사건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관대한 자금 지원을 빨아먹는 동안 수십년간 자국 군인들이 야만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묵인해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께 레바논 남부 디빌에서 한 이스라엘 군인이 거꾸로 끌어내려진 예수 그리스도상의 머리 부분을 대형 망치로 부수는 사건이 벌어졌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마저리 테일러 그린 전 미국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문제의 사진을 공유한 뒤 “매년 수십억달러의 우리의 세금과 무기를 가져가는 ‘우리의 가장 위대한 동맹국'”이라고 꼬집었다.
독립 언론인 글렌 그린왈드도 엑스에 ‘기독교 시온주의자들’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머리를 뭉개버린 것은 절대적으로 정당하다. 왜냐하면 헤즈볼라나 하마스가 그 안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린 그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며 비꼬았다.

종교계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요르단 등 성지 지역 가톨릭 교구장 협의회는 “이 행위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며 “신성함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존경심과 타인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조차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밝혔다. 미국 이슬람 관계 위원회(CAIR)는 “수년간 미 정부는 레바논과 가자지구 등지에서 이스라엘의 교회와 기독교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을 묵인해왔다”라며 “만약 미국 공직자들이 계속해서 이스라엘에 무기를 더 보내고 이스라엘의 무모한 행동을 정치적으로 묵인한다면 이 사진에서 보이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신들에게 있다”라고 규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성상 훼손을 저지른 자국 국인을 비판하면서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이 기독교·이슬람 등 타종교 상징과 건물을 파괴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레바논 다이르미마스에 있는 교회 안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흉내를 내며 교회를 모독했다. 지난해엔 이스라엘 탱크가 레바논 남부 야룬에 성조지 성상을 파괴했다. 2023년 가자지구에선 그리스정교회가 폭격당해 18명이 사망하는 등, 가자 전쟁 동안 1000곳의 이슬람 사원과 3곳의 기독교 교회당이 파괴됐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 “이번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가해자에게는 적절하고 엄중한 징계 조처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사건과 이로 인해 레바논과 전 세계 신자들에게 끼친 상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