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1~3월) 주요 대기업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데이터연구소인 시이오(CEO)스코어가 21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주요 상장사 339곳 가운데 올해 1~3월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기업은 60곳이다. 소각 규모는 42조520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소각 규모(13조2850억원)의 3배를 웃도는 규모다. 이는 지난해 지정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총수와 상장 계열사가 있는 73곳(계열사 339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다만 소각 금액은 이사회 결의일 전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한 수치여서 올해 주가 상승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것이 시이오스코어의 설명이다. 시이오스코어는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뼈대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주요 대기업의 자사주 소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했다.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전자(14조8994억원)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12조24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두 기업의 자사주 소각 규모를 합치면 27조1394억원으로 올해 1분기 대기업 전체 자사주 소각 규모의 63.8%에 이른다. 자사주 보유 비율(보통주 기준)은 에스케이가 24.8%로 가장 높았다. 이어 태광산업(24.41%), 롯데지주(23.69%), 푸른저축은행(22.31%), 미래에셋생명(21.83%) 차례였다. 에스케이는 상법 개정에 따라 임직원 보상 목적을 위한 보통주 4.54%를 제외한 나머지 자사주를 오는 2027년 1월까지 소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자사주를 계획대로 소각한다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가장 크게 줄어드는 기업은 태광산업으로 조사됐다. 태광산업은 자사주 소각 전 지배력이 78.94%에서 소각 뒤 54.53%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도 자사주 소각 영향으로 총수의 지배력(최대주주 지분율)이 20% 미만으로 내려갔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말 기준 지배력이 21.91%(자사주 2.21% 최대주주 19.71%)였지만, 이달 초 자사주 1.24%를 소각하면서 지배력이 19.95%로 줄어들었다.
지난달 6일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라 기업은 새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이내,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를 1년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줄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높아져 주당순이익(EPS·기업 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값)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