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청소년’ 이후 삶까지 처벌할 것인가 [왜냐면]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이브더칠드런, 아동인권포럼 등 15개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9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아현 | 인천가정법원 위탁보호위원·청소년학 박사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의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발언 이후 청소년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촉법소년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사회의 불안을 고려할 때 이러한 요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이 과연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인가.

청소년 비행은 개인의 일탈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가족 내 폭력, 방임, 학교에서의 배제, 통제되지 않은 온라인 환경 등은 청소년을 위험으로 밀어 넣는 구조적 조건으로 작동한다. 물론 모든 행위를 환경 탓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고, 피해자의 고통 역시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의 배경을 외면한 채 처벌만을 강화하는 접근은 문제의 원인을 비껴갈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청소년기 비행 경험이 있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문제아로 낙인찍혔던 이들의 이후 삶을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확인한 사실은 청소년기의 비행은 삶의 종착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성인이 되어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고,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구성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가능성은 다양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행 청소년을 지원하는 한 기관의 대표는 학창 시절 이른바 ‘비행 청소년’이었지만, 이후 타인을 돕는 경험을 계기로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관련 분야를 전공한 뒤 현재는 학교 밖 청소년과 보호처분 받은 청소년을 지원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처벌 중심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처벌은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필요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재발을 막기 어렵다. 특히 발달 과정에 있는 청소년에게 조기 형사처벌과 낙인은 사회적 배제를 심화시켜, 오히려 같은 경로로 다시 밀어 넣을 위험이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비행의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의 시간’이다. 청소년의 삶은 단절되지 않으며, 그 이후의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연구는 청소년기의 비행이 성인기까지 지속하지 않으며, 적절한 관계와 기회가 주어질 때 탈비행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처벌의 강화를 둘러싼 논쟁보다 비행 이후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이다. 보호관찰 이후 학업과 직업훈련으로 이어지는 연계 체계, 신뢰할 수 있는 어른과의 지속적 관계, 낙인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이 마련될 때 청소년은 비로소 자신의 삶을 다시 구성할 수 있다. 이는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이다.

사회는 안전을 이유로 더 강한 처벌을 요구한다. 그러나 진정한 안전은 위험을 억누르는 데서가 아니라, 그 위험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건을 바꾸는 데서 비롯된다. 처벌만으로는 불안을 잠시 유예할 수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로 이어지기 어렵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의 가능성을 전제로 한 접근이다. 비행의 순간만을 기억하는 사회가 아니라, 비행 그 이후의 삶까지 책임지는 사회로 나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더 안전한 공동체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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