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이르면 주말께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열릴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1차 협상 당시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고 알려진 이란 전쟁 피해 배상금 문제에 관심이 쏠린다. 전날엔 미국이 2500억달러(368조원) 규모의 지원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와, 2차 협상에서 논의가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는 15일(현지시각) “현재까지 협상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미국은 약 2500억달러 규모의 이란 지원 기금을 조성할 의사가 있다”며 “이란 쪽은 더 큰 규모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국외로 반출하는 조건 등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액수는 최근 이란 쪽이 밝힌 전쟁 피해 추정 액수와 유사하다. 이란 정부 대변인 파테메 모하제라니는 지난 13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인터뷰에서 “미·이스라엘의 공격에 따른 이란의 피해액이 현재 약 2700억달러(약 400조원)로 추산된다”며 “(지난 11일) 이슬라마바드 회담에서도 전쟁 배상 문제가 논의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란은 그동안 미국에 종전 조건으로 피해 배상금 지급을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승리를 주장하는 미국이 패전국이 승전국한테 지급하는 배상금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인도적 지원기금 등의 명목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우라늄 반출 등 이란이 거부하는 미국의 핵심 요구 사항을 거액의 돈을 주고 사오는 목적일 수도 있다.
재원 마련 방법은 불명확하다. 비용 부담을 극도로 피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향상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나 경제 협력 수익금으로 충당하거나 걸프 국가, 동맹 국가들에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지난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종전 협상에서 이란에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수익을 나눌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지난 2월 미·이란의 핵협상 과정에서 이란이 석유·가스에 대한 투자 기회를 미국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이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 일부를 기금에 투여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해제해 동결 자산을 돌려주는 것까지 모두 계산에 포함할 가능성도 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은 1천억달러(약 147조여원)가 넘는다.
백악관은 이전에도 전쟁 비용을 걸프 국가들에 부담시키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바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아랍 국가들이 이번 전쟁 비용을 부담하는지에 대해 “대통령도 그들에게 이 일을 맡기는 데 상당한 관심을 보일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란도 지난 13일 유엔에서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카타르·바레인·요르단이 미국의 이란 공격에 물류·정보·영공·군사시설을 지원했다며 “전쟁 피해 재건 비용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