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길 터주기가 참사 불러" vs "도로 점거 해소위한 적법한 통제"

[화물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진주=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경남 진주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 조합원 사망 사고와 관련해 화물연대가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면서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21일 화물연대가 공개한 CCTV 영상에는 사고가 발생한 20일 오전 당시 화물연대 조합원 수십명이 물류센터 앞에 모여 출차를 막고 있었다.
이때 경찰들은 물류센터 출입구를 중심으로 차가 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주변으로 바리케이드를 형성해 노조의 출차 방해행위를 제지했다.
그 직후 물류센터 내부에서 대체 투입된 화물차가 정문을 통과해 도로로 서서히 진입한다.
차량이 도로 쪽으로 완전히 빠져나오기 직전 일부 조합원이 달려들어 창문을 두들기는 등 출차를 멈추려고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차량은 멈추지 않고 도로 위를 더 전진하다가 앞을 막아선 조합원을 치어 이 조합원이 차량 아래로 깔리는 사고로 이어진다.
다른 조합원 3∼4명도 차량 앞을 막아섰으나 직진하는 화물차 옆으로 피하며 큰 사고를 면했다.
공개된 다른 영상에서는 차량 하부와 조합원이 부딪히는 둔탁한 충격음도 녹음됐다.
차량은 크게 출렁였음에도 약 2∼3m를 더 전진한 뒤에야 멈추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숨진 조합원은 발로 화물차 정면을 밀어내며 저항했으나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면 사고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이 영상을 근거로 경찰이 사고를 방조했다고 주장한다.
차가 지나갈 수 없는 좁은 틈으로 무리하게 길을 터주어 운전자가 '밀고 나가도 좋다'고 오판하게 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경찰이 조합원들을 막아서고 무리하게 차 길을 열어주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원청의 배송 강행과 경찰의 무리한 집행이 합작해 만든 예견된 참사"라고 강조했다.
반면 경찰은 당시 상황이 불법적인 도로 점거를 해소하기 위한 적법 통제였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점거로 인해 출차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측의 도로 확보 요청이 있어 적법하게 길을 터준 것"이라며 "경찰은 도로만 확보할 뿐 이후 차량 주행은 운전자의 판단이며, 현장 인력이 모든 돌발 상황을 일대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자체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경찰은 절차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며 "현재 운전 미숙이나 과실 여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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