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사흘째인 지난달 2일(현지시각) 바레인 상공엔 전기톱에 시동을 거는 듯한 폭음이 퍼졌다. 이란군 자폭 드론(무인기) ‘샤헤드-136’이 미 해군 제5함대 기지를 향해 급강하 하며 내는 소리였다. 드론은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돌진해, 방공망이 반응할 틈도 없이 들이받았다. 미군 레이더 돔이 불덩이로 변하는 영상은 ‘전쟁의 방식’이 바뀌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올해 중동에서의 두차례 전쟁을 거치며 드론은 현대전의 필수 무기로 자리를 굳혔다. 4년 전만 해도 드론은 적 보병과 장갑차에 수류탄을 떨어뜨리는 정도의 쓰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동의 원유 탱크나 항만 시설이 수백㎞ 밖에서 쏜 드론 한방에 날아가는 일이 흔하다. 각국 정부는 한달이 멀다하고 새 기능을 탑재하는 드론의 발전 속도에 주목한다. 머지않아 육상 전투로봇과 인공지능(AI) 기반 군집 비행이 널리 퍼지면, 로봇이 전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미래 전쟁이 현실이 될거란 예상이 나온다.

비행기 발전경로 따라 진화
드론이 국가 단위 군대의 무기로 처음 관심을 모은 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의 키이우 전투 때였다. 당시 러시아는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차지하기 위해, 벨라루스 국경에서부터 수백대의 기갑부대를 밀고 들어왔다. 적은 병력으로 발빠르게 이들을 막아야 했던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을 띄워 적 위치를 탐지했다. 일부 부대는 중국제 다장(DJI) 드론을 개조해 ‘드론 폭격기’를 만들기도 했다. 취미용 시판 드론의 조명이 있던 자리에 폭탄함을 다는 방식이었다. 드론 수십대가 집요하게 떨군 박격포탄에 러시아 전차는 엔진 상판 등을 맞고 터져나갔다.
그해 4월엔 ‘미사일 쏘는 드론’인 튀르키예제 ‘바이락타르’가 전쟁사상 드문 전과를 올렸다. 우크라이나군이 흑해 연안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함’을 향해 이 드론을 날려 방공포 발사를 유도한 뒤, 영국제 넵튠 미사일로 이 배를 격침시킨 것이다. 이후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샤헤드 수천대를 수입하며 드론 전쟁의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30㎏ 폭탄을 달고 2000km 이상 날아가는 이 자폭 드론은 발전소 같은 고정된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맞춤한 성능을 보였다. 대당 가격은 약 2만달러(3000만원)로 장거리 발사체 중 가장 저렴한 편이다.
러시아는 내륙 깊숙한 볼가강변 옐라부가에 전용 공장을 짓고 매달 5000대를 생산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안에 생산 물량이 4배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이 진화해온 과정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비행기의 발전사와 닮았다고 설명한다. 1차대전(1914∼1918년) 초기 군용기의 쓰임은 조종사가 육안 정찰 중 발견한 적에게 손으로 쇠뭉치를 떨구는 수준이었다. 이후 2차대전(1939∼1945년)엔 독일군의 급강하 폭격기가 연합군에 공포를 안겼고, 일본군 전투기는 항공모함에서 발진해 미 진주만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오늘날 자폭 드론 역시 4000m 이상 고도로 날다가 종말 직전 70도 넘는 각도로 떨어지는 최종 강하를 익혔다. 샤헤드의 선상 발사도 가능해져, 바다위 유조선 등에서 발사된 기체가 도발 목적으로 독일 내륙의 뮌헨까지 날아간 사례가 있다. 러시아는 국제사회 제재를 피해 원유를 수출하는 데 쓰는 최대 1000척 규모 ‘유령선단’을 드론 발진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해군 출신으로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연구원인 스테판 오드랑은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게란 드론(샤헤드의 러시아 이름)을 유령선단에 싣는다면 유럽의 모든 해안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바다에서 드론을 쏘면) 그럴 듯하게 부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대신 우크라이나나 유럽 국가들의 책임으로 돌리며, 정보전을 활용해 유럽 국가들이 대응을 두고 반목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엔 스텔스기처럼 적 탐지 자산에 잡히지 않도록 저공비행 하거나 소음을 거의 내지 않는 드론이 발견된다. 전투기가 한세기에 걸쳐 이룬 발전을 드론은 4년 만에 주파한 셈이다.
한겨레가 2월 키이우에서 만난 우크라이나군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드론의 크기는 더 작아지고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며, 더 싸고 쉽게 제조될 것”이라며 “날으는 로봇이 사람을 사냥하는 공상과학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전 경험이 이란에 그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익힌 드론 활용 교리는 미-이란 전쟁에서 이란에 이식돼, 한단계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이란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제 레이더가 저고도 비행체 탐지에 취약했다는 점을 노려, 샤헤드를 지면·수면에 스치듯이 날려 보낸다. 지난달 2일 지중해 키프로스의 아크로티리 공군기지에서 이란제 샤헤드가 저공 비행으로 방공망을 뚫고 활주로에 들이받은 게 대표적이다. 이란군이 합판 등으로 만든 미끼 드론으로 적의 방공무기를 소진시킨 뒤, 폭탄을 단 진짜 드론으로 폭격하는 방식도 러시아군과 판박이다.
기술적으로 두 나라가 긴밀히 협력하는 정황 역시 드러난다. 러시아가 전파 교란(재밍)을 피하기 위해 개발한 ‘코메타-M’ 항법 장비를 장착한 드론이 이란군 드론 잔해에서도발견된다. 러시아군의 최신형 샤헤드는 재밍 회피를 위해 안테나 수를 기존 4개에서 8개로 늘렸는데, 여기에선 이란제 부품들이 나온다. 르몽드는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을 인용해 러시아군 샤헤드(러시아명 게란-1)에서 이란 등 최소 31개 외국산 전자 부품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전쟁 중인 나라들은 지금도 무인장비 업그레이드에 사활을 건다. 러시아는 샤헤드에 자체 위성망을 연결할 인프라를 깔고 있다. 자폭 드론과 인터넷 통신을 연결해 수백㎞ 떨어진 적진까지 실시간 영상을 보며 조종하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군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샤헤드는 (2022년 1세대에서) 이미 4세대까지 업그레이드를 마쳤다”며 “러시아는 (우방국) 벨라루스의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고층 아파트 옥상에 위성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더 멀리, 정확히 공격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인공지능에 기반한 드론 편대 비행과 육상 전투 로봇 등을 집중 연구 중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자국 ‘데브드로이드’사가 개발한 궤도 차량 형태의 전투 로봇을 이미 실전에서 쓰고 있다. 이 로봇은 반경 2㎞ 내 인간 존재를 탐지해 자동으로 목표물을 추적·조준한다. 최종 사격 여부만 사람이 판단한다.
유리 포리츠키 데브드로이드 대표는 한겨레에 “(자사 로봇은) 필요에 따라 방어·공격 임무 모두에 쓰일 수 있다”며 “사람을 태운 차량이나 병력이 안전하게 작전할 수 없는 위험한 환경에서 인간의 노출을 줄이는 게 우리의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간 자폭 드론 활용에 소극적이던 미군도 이란과 전쟁을 앞두고 샤헤드의 외형·성능을 본딴 ‘루카스’를 처음으로 실전 배치했다. 미군은 함선 갑판에 발사대를 설치해 이란을 향해 이 무기를 날리고 있다.

지상 전투로봇 등 미래전쟁 코앞
문제는 이런 ‘실전 경험’이 최근 전쟁을 치른 일부 국가에만 빠른 속도로 축적된다는 점이다. 드론을 동원한 대규모 지상전을 경험한 나라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2024년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 뿐이다. 전차·전투기 같은 재래식 화력만 쌓은 다른 나라들은 드론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미-이란 전쟁에서 미군과 걸프국은 300만달러(45억원)를 호가하는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 이란의 샤헤드를 떨군다. 프랑스·영국군은 100만유로(17억원)짜리 전투기·헬기 미사일을 동원한다. 이런 식으론 적 샤헤드보다 방공 무기가 먼저 고갈된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지난달 24일 보고서에서 “중동에 배치된 우크라이나 군사 고문들은 (미군 등) 연합군 방공망이 ‘아무 생각 없이 발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찰하고 놀라워했다”며 “첨단 탄약이 급격히 소모되면서, 서방의 산업 역량이 (방공무기-드론 간) 교환 비율을 감당할 수 없다는 중요한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지난해 5월 에스토니아에서 연 모의 훈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당시 드론을 앞세운 우크라이나군 100여명에게 나토군 2개 대대가 24시간 만에 괴멸돼 서방에 충격을 안겼다. 우크라이나 드론 조종사 10명이 나토군 장갑차 17대를 부쉈다.

이에 적 드론으로부터 기반 시설을 방어할 값싼 격추 무기 개발이 각국 군대의 급선무가 됐다. 자폭 드론보다 저렴한 요격용 드론이나 레이저 유도 로켓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오드랑 연구원은 “지속적인 드론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완전한 방어망을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구축해야 한다”며 “예컨대 (중동 주둔) 프랑스 해군은 함상 헬기의 측면에서 기관총을 쏴 이란 드론을 격추한 적이 있는데, 이는 비용 면에서 매우 최적화된 요격이었다. 소형 테러 보트 격추용이던 76㎜ 함포 등도 드론에 매우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함선 등 대형 장비끼리의 전투엔 쓸모가 적던 무기가 작고 빠른 드론을 떨구는 덴 효율적일 수 있는 셈이다.
공중·육상·수상의 무인기들이 입수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자동화 시스템 구축 역시 과제다. 전장 정보를 빠르게 종합해 전술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오드랑 연구원은 “전쟁의 로봇화와 센서의 확산으로 막대한 데이터 흐름이 생긴다”며 “인공지능이 (전쟁에서) 기여할 가장 큰 분야는 지휘체계와 의사결정 지원”이라고 짚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