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두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공천 후폭풍과 노선 갈등 속 ‘당의 짐’이 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인 장 대표는 다음주 방미 일정을 예고하며 독자 행보를 강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 출마했다가 공천 배제(컷오프)된 주호영 의원은 8일 장 대표의 퇴진을 공개 요구하고 나섰다. 주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장동혁 당을 인정할 수 없다” “보수의 재건과 부활을 위해 지금 가장 먼저 치워야 할 걸림돌이 있다면, 그것이 장동혁 체제”라며 당 지도부를 강하게 맞받았다. 주 의원은 “장동혁 대표는 결단하라. 더 늦기 전에 책임지라”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체제를 즉각 구성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주 의원은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배제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기각된 뒤 무소속 출마 여부를 고심해왔다. 이날엔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한)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뒤,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 “다른 말씀은 안 드리겠다”며 거취 표명은 미뤘다.
장 대표 퇴진 요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일 5선 윤상현 의원은 인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이 후보들에게 힘이 되는지 아니면 짐이 되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후보자들이 비상체제로의 전환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같은 날 채널에이(A) 인터뷰에서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당 지도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많이 터져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인 재선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장동혁 지도부가 결단하면 반전을 만들 수 있다”며 장 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장 대표 주변에선 이를 해당 행위로 여기며 일축하는 모양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를 흔드는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신동욱 최고위원도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출연해 “전쟁터에서 장수를 바꾸지 않는데, 전선을 대표 쪽으로 가져가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며 장 대표를 감쌌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 운신의 폭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장 대표는 앞서 예고된 세종(8일)·강원(9일) 현장 일정을 모두 취소한 뒤 공개 일정 없이 통상 업무를 수행했다. “지역 공천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유를 들었으나 같은 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을 돌며 민심 잡기에 나선 것과 비교된다. 당내에서는 후보자들이 장 대표의 방문을 꺼려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한겨레에 “우리 지역은 보수세가 있는 곳인데도, 장 대표 오지 말라고 전해달라는 후보들이 많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오는 14일부터 2박4일간 미국 국제공화연구소(IRI) 초청으로 워싱턴디시를 방문한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지선을 코앞에 둔 선거 사령탑이 방미 일정을 떠나는 것이 황당하다는 것이다. 오 시장 쪽 관계자는 “대표 자격으로 미국에 가면 성과를 가져와야 하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 왜 가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장나래 김해정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