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에서 바이든-날리면 제재 등 ‘정치 편향 심의’ 논란을 빚었던 김우석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 위원이 자기 이해가 걸린 상임위원 선임 안건을 우선 처리하도록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최선영 방미심위 위원이 이런 선임 절차를 두고 “‘류희림 체제’ 때처럼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반발하는 등 이해충돌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김민정 방미심위 부위원장(당시 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23일 3차 전체회의에서 세번째 순서였던 ‘ 상임위원 호선’ 안건을 회의 당일 첫 순서로 앞당겼다. 원래라면 1 · 2호 안건인 운영규칙 의결과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 의결부터 순서대로 처리해야 했다. 이날은 회의 개시 2시간 뒤에 위원들 교육도 잡혀 있어 앞부분 논의가 길어지면 상임위원 호선 건은 다음 회의로 밀릴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자 김우석 위원이 사무처에 미리 연락해 자신 관련 안건을 앞으로 당겨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당시 김우석 위원은 상임위원 후보로 거론되던 상황이었다.
김 위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순서를 바꾼 것은 김민정 부위원장이었다 . 김 부위원장은 회의 당일 ‘왜 순서를 바꾸냐’는 최 위원 문제 제기에 “일부 위원 요청이 있었다”고만 답했다. 최 위원이 “전체 위원들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지만, 김 부위원장은 “그에 관한 규정은 없다”며 그대로 진행했다고 한다.
통상 상임 3명 중 방미심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정부·여당 쪽 추천 인사가 맡고, 나머지 상임위원은 야당 쪽 추천 인사가 맡는다 . 다만 김우석 위원은 윤 정부 ‘류희림 방송심위위원회(방심위)’에서 정권 비판 보도에 징계를 남발한 행적이 문제가 됐다. 방미심위 노조는 ‘입틀막 심의 행동대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위원들도 적격 여부를 놓고 지난달 1·2차 회의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당시는 방미심위 위원장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으로,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위원장 임명 이후로 투표를 미루거나 당분간 공석으로 두자는 제안도 나왔다. 그러나 해당 안건은 3차 회의에서 첫 안건으로 당겨졌고, 김 위원은 표결 끝에 이날 상임위원으로 호선됐다.
최선영 위원은 김우석 위원에 대한 부적격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큰 김 위원 요구를 김민정 부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수용했다고 비판한다. 최 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류희림 체제의 충실한 조력자였던 김 위원이 새 방미심위에서도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요구를 받아들인 김민정 부위원장도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김 위원 선임에 반발해 사퇴 뜻을 표명했다.
상임위원 선임에 반발해 제일 먼저 사퇴 뜻을 밝혔던 조승호 방미통위 위원도 이러한 처사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 김우석 위원이 류희림 체제 때 비상임위원으로도 (편향 심의에) 그렇게 나섰는데 상임위원이 되면 얼마나 더할까 걱정이 많았다”며 “김 위원이 자신을 향한 반대 여론을 인식했다면 더욱 자중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 부위원장에 대해서도 “절차상 흠결이 있는데 왜 동의 여부를 묻지 않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민정 부위원장과 김우석 상임위원은 각각 한겨레에 “비공개 회의 내용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