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전공업 전 직원 \"기름때·유증기 화재 우려 오래 전부터 있었다”

대전 대덕구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큰불이 나 53명이 다치고 14명이 실종된 지난 20일 저녁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화재 참사로 14명이 사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에서 집진기 속 기름때로 인한 화재 우려가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전직 공장 직원 증언이 나왔다. 실제 이 공장의 단조 기계를 보면 불꽃이 이는 고온 작업 뒤 연결된 집진기를 통해 먼지와 불꽃이 빠져나간다. 이 과정에서 내부에 기름때가 낀 집진 설비가 외려 불을 키우는 배경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22일 한겨레가 확보한 과거 안전공업 제조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면, 열을 가하고 두드려 부품을 만드는 단조 기계 위로 집진 설비가 설치돼있다. 집진 설비는 단조 과정에서 나온 불꽃과 먼지를 함께 빨아들인다. 영상은 지난 2018년까지 5년 동안 이 공장에서 일했던 ㄱ씨가 촬영한 것이다. ㄱ씨는 “해당 기계는 현재도 공장에서 쓰이고 있다”고 했다.

안전공업에서 사용하는 기계로 영상에서 보이는 작업대 위로 집진 장치가 달려있어 불꽃이나 먼지 등을 빨아들인다. 이 회사의 전직 직원 ㄱ씨는 집진 장치에 기름때가 쌓인 상태에서 불꽃과 먼지가 함께 빨려 들어가 불이 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기계는 과거 안전공업 본관에서 사용하던 기계로, 화재 피해가 컸던 동관에도 같은 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다만 안전공업이 해당 기계를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독자 제공

ㄱ씨는 “집진기가 1층에서 천장까지 연결돼 있다. 불길이 집진기를 타고 올라가 빠져나가는 구조”라며 “이때 집진기 내부에 기름이 끼면 불길이 집진기를 타고 올라가며 번질 수 있다”고 했다. 집진 설비 내부에 쌓인 기름때를 타고 불길이 급속도로 번질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다. ㄱ씨는 “눈에 보이는 부분은 매일 청소한다. 안쪽은 (청소를 못 해서) 교체해야 하는데 어떤 주기로 교체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과거에도 유증기 같은 것 때문에 작은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금방 껐다. 이번에는 점심 시간에 화재가 발생해 초기 진화를 못했던 것 같다.”라고도 설명했다.

안전공업에서 사용하는 장비의 과거 영상. 독자 제공

소방당국은 공장에 쌓인 유증기나 기름때 등을 화재가 확산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은 전날 “공장이 절삭유를 많이 사용하는 작업 공정을 가지고 있었다.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름때가 현장에 많이 굳어있는 상태였다. 지층 설비나 배관에도 슬러지가 많았다. (불길이) 그걸 타고 연소되며 급격히 불이 번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ㄱ씨 주장처럼 집진 설비가 화재 발생과 확산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기름때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공장에서 지속돼 왔다는 의미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안전공업 리뷰를 보면, 퇴사자들은 실제 오일미스트(유증기) 등에 대한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한 퇴사자는 “폐질환·폭발화재사고 빈번한. 목숨을 담보로 하는 생산활동은 너무 불안하다”는 후기를 남겼고, 다른 퇴사자는 “바닥엔 기름과 물이 섞어 너무 미끄럽다”고 했다.

지난 20일 오후 1시17분께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나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 부상자는 중상 25명, 경상 35명이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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