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과로 부르는 수수료 체계…“노동강도 반영한 안전수수료 도입해야”

물류단지에서 분류작업을 하는 택배기사. 연합뉴스

택배 기사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노동강도를 반영한 ‘택배안전수수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건당 수수료’로 지급되는 현행 체계에 택배 규격, 시간당 배송량 등과 같은 기준을 더해 표준화된 책정방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과로사 방지를 위한 택배산업 안전수수료 체계 마련 토론회’에서 남희정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 본부장은 “현재 각 택배사가 제시하는 수수료 지급 기준은 택배 기사의 노동강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영업점이 (중간에서) 차감하는 수수료는 일정한 기준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택배 기사들은 택배사가 위수탁한 영업점과 계약을 맺은 뒤 영업점으로부터 배송 건당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이때 수수료는 택배사가 지역을 인구밀도 등에 따라 나눈 ‘급지’에 따라 달라지는 형태로, 본사가 영업점에 지급한 수수료에서 영업점이 일정 비율을 차감한 뒤 택배기사에게 지급한다.

남 본부장은 “당일·익일 배송과 휴일배송 등 빠른 배송서비스가 확대되면서 택배 기사의 노동시간과 강도는 늘었지만 이들이 받는 수수료는 오히려 하락했다”며 “특히 쿠팡의 경우 매년 택배 기사의 수수료를 10% 안팎 인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속도 경쟁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단가는 떨어지고, 택배 기사는 적정수입을 보장받기 위해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하는 방식으로 내몰린다는 설명이다.

택배노조는 특히 노동강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택배 규격’이 수수료 책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택배 운송물 표준규격을 제정한 뒤 크기나 무게에 따라 수수료 가중치를 부여하는 식으로, 대형화물은 소형화물의 최대 2배 가중치를 부과하는 것이다. 남 본부장은 “현재 택배사업자는 계약 물량이 많은 대형 화주들에게 택배요금을 대폭 할인해주는 영업 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택배 기사들은 크고 무거운 물건일수록 더 싸게 배달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택배 규격을 수수료에 반영할 경우 대형 화물을 배송하는데 뒤따르는 부담을 택배 기사에게 그대로 전가하는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지역을 구분할 때 배송 난이도를 반영한 표준급지 체계도 함께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CJ대한통운은 인구밀도에 따라, 한진택배는 시군구·읍면동 등 행정구역에 따라 ‘급지’를 나누고, 이 기준에 따라 수수료에 차등을 두는데 이 같은 구분이 노동강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표준급지’ 산정 기준에 ‘단위면적당 물량’과 ‘시간당 배송량’ 등과 같이 생산성과 작업난이도를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택배노조는 주장했다. 이 같은 지표를 반영해 배송이 어렵거나 위험한 지역일 경우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수수료를 일정 비율로 가중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 본부장은 “표준규격과 표준급지를 결합해 ‘최저 수수료 체계’를 만들고 국토교통부 산하에 ‘택배안전수수료 위원회’를 둬 2년마다 최저수수료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택배회사 본사가 택배 기사 수수료와 영업점 운영비용을 별도로 지급하는 제도의 필요성도 거론됐다. 현재 영업점마다 수수료 공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기사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남 본부장은 “(애초 영업점이 맡아온) 집화 영업 업무가 축소된 상황인데도 일부 영업점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공제 비율을 20% 넘게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이는 사실상 ‘중간착취’와 같다”며 “분리지급제도를 도입하면 같은 노동을 하고도 소속 영업점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는 불공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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