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밴스, 이란전쟁 작심 비판…“트럼프 외교정책과 결별” 평가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일 뉴욕주의 롬에 있는 그리피스국제공항에서 중간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 원인을 ‘미-이란 전쟁’으로 지목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2년 뒤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진영의 균열이 시작되는 양상이다.

밴스 부통령은 4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에 선거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는 장문의 글을 올려 “우리가 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는 바로 전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어젯밤 그렇게 말했다”며 “만약 이것(이란 전쟁)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고, 향후 6년간 상원 주도권을 내줄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그게 적어도 솔직한 태도”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가 왜 졌는지는 모두가 안다.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에 대한 솔직한 대화는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밴스 부통령은 “2024년 트럼프·밴스에게 투표했던 많은 사람이 2026년에는 민주당에 투표했다”며 이들에게 무슨 계기가 있다면 “다시 우리 편으로 돌아오겠냐”고 묻는 여론조사의 답변이 네가지였다고 전했다. 밴스 부통령은 그 첫번째가 “(이란) 전쟁을 끝내는 것”이고, 이어 “생계비와 인플레이션 문제에 집중할 것” “미국 우선주의를 펼칠 것”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를 빌려 생활비 부담을 키우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한 이란 전쟁을 끝내고, 전쟁을 추동한 이스라엘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이란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밴스 부통령의 게시글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판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 백악관 고문은 로이터 통신에 백악관 내 고위직들이 밴스의 글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외교 정책상 결별이자, 전쟁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공화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밴스는 그동안 이란 전쟁의 무용성과 조기 종전을 강하게 주장해왔고 직접 이란과 종전 협상을 맡기도 했다.

밴스의 이번 발언으로 중간선거 이후 이란 전쟁을 둘러싼 미국 내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종전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진영 내에서 차기 권력 투쟁도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은 밴스의 이번 발언이 그의 차기 대선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밴스 부통령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함께 2028년 대선의 공화당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폭스뉴스도 트럼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제시한 네가지 과제가 ‘뉴라이트’를 향해 던지는 결집 구호라고 분석했다. 뉴라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와 뜻을 같이하며, 국외 분쟁에 개입하지 않은 채 국경을 걸어 잠그는 것을 지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의 게시글에 관한 질문을 받자 “그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있다”며 해당 발언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대체로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전쟁은 필요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에 관한 한, 나는 다르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저지했다”며 자신의 개전 결정을 방어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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