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데 따라 금융시장의 전망은 5일 혼란스럽게 엇갈렸다. 독주하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재정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기대와 그로 인한 ‘셧다운’ 우려가 교차했고, 각 지역 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 가능성을 두고 속도조절론이 부각되며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와 반도체 기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국제유가·국채금리는 안정세
이번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반응은 안도감에 가까워 보인다. 공화당 참패 원인으로 미·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언급되며 종전 기대가 커지자 국제유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로 알려진 브렌트유 선물(1월 인도분)은 런던 아이시이(ICE)선물거래소에서 장중 10% 급락해, 배럴당 93달러까지 내려가며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물가 안정 기대감과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을 제약할 것이라는 예상에 미국 국채금리도 안정세를 보였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날 “재정적자 확대와 지정학적 갈등, 고유가 및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 2026년의 악순환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공화당 행정부와 민주당 의회의 협업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에 따라 채권시장의 불안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각종 법안 공세에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설 경우, 예산 합의가 지연되면서 ‘셧다운’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방·국경 예산 증액, 감세를 내세우는 공화당과 의료·복지 증액 등을 내세운 민주당은 공통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할 유인이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빅테크 웃고 반도체 울고
인공지능 관련 규제를 약속한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그동안 미약했던 인공지능 규제에 소극적이었던 상황이 급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 대럴 웨스트는 뉴욕타임스에 “새로운 규정과 감독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에도 속도조절이 예상되는데, 컴퓨팅 인프라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빅테크는 경쟁력이 강화되고, 동시에 과잉투자 위험도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빅테크 실적 발표 이후 자본지출 급증과 잉여현금흐름(FCF) 악화가 문제 됐던 만큼, 투자 속도조절이 재무 부담 완화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고 했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아마존(+6.12%), 마이크로소프트(+6.68%), 알파벳(+3.18%) 등의 주가가 치솟은 이유다.
반대로 메모리 수요 증가 속도가 둔화한다는 전망은 반도체 업종에 악재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설비투자 의존도가 높은 메모리, 전력기기 인공지능 인프라 공급 업체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마이크론(-7.00%), 샌디스크(-7.91%) 등 반도체 관련주가 전날 일제히 약세를 보였고, 그 여파로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7.57%,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9.46% 떨어진 채로 거래를 마쳤다.
원자재도 희비 교차
금·은·구리·니켈 등 글로벌 귀금속 및 원자재 시장에서도 엇갈린 가격 흐름이 나타났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시카고 파생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12월 인도분) 가격은 온스당 4137달러로 전일 대비 1.58% 상승했다. 은 선물 가격(12월 인도분)도 온스당 52.7달러로 전일 대비 0.9% 올랐다. 유가 하락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돼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긴축 우려가 덜어진 탓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 가격(12월 인도분)은 파운드당 6.38달러로 전일 대비 0.4% 하락했고, 주석 선물 가격도 톤당 4만7487달러로 전일 대비 4.4% 하락했다. 구리·주석은 그동안 데이터센터 수요 기대를 타고 가격 상승세를 보여왔다. 반면, 니켈 선물 가격은 톤당 1만6202달러로 전일 대비 2.2% 올랐다. 이번 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인센티브 제공을 재개할 거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