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5만㎞ 걷고 헤엄쳐 세계일주 영국인…"21세기 오디세이"

29세에 칠레 출발해 4대륙 산·사막·빙판 걷고 수영…57세에 귀환

구금·총기 위협·팬데믹 등 역경…"모두 상상 이상의 성취 가능"

칼 부시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28년간 교통수단에 의지하지 않고 4만9천890㎞를 걷고 헤엄쳐서 4개 대륙, 26개국을 가로지른 영국 탐험가 칼 부시비(57)가 고향으로 귀환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부시비는 지난 1일 잉글랜드 북부 험버교를 건너 고향 헐에 도착한 데 이어 2일 헐 도심에서 열린 환영식에 약 1천명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했다.

부시비는 단상에 올라 "28년이 흘러 이보다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 혼자 이룬 일이 아니다"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해 우리가 직면한 여러 장애물을 극복하도록 도왔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앤디 버넘 총리는 칼 터너 지역구 하원의원이 대독한 축하 메시지에서 "용기와 회복력, 인내, 불굴의 정신"에 찬사를 보냈다.

부시비는 환영식 후 몇 ㎞를 더 걸어 어머니 앤절라의 자택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어머니는 물론이고 아들 애덤(36)과 재회했고,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손녀(12)도 처음으로 만났다.

낙하산 부대원 출신인 부시비는 결혼이 파경을 맞고 아내가 아들을 데리고 북아일랜드로 이사를 간 1998년에 29세 나이로 탐험을 시작했다. 런던에서 미국 뉴욕까지 걸어가는 게 가능한지 궁금해했던 아버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2일 칼 부시비가 고향에 돌아와 마지막 길을 걷는 모습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텐트 하나와 몇백 달러, 싸구려 플라스틱 카메라를 들고 남미의 칠레에서 대장정을 시작했다. 앞으로 일주를 위해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도전을 끝낼 때까지 귀향하지 않는다는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해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통해 미국 알래스카에서 러시아까지 건너갔고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산악지대와 정글, 사막을 지났다.

앞서 카스피해를 건널 때와 지난달 초순 영국 귀국을 위해 영국해협을 건널 때는 수영을 했다.

그는 지난해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때때로 엄청나게 단조로울 때도 있다. 사막에 있으면 며칠, 몇 주간 풍경이 바뀌지 않는다"며 "정신이 약간 혼미해진다. 북극에서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여정을 잠시 중단해야 할 고비도 여러 차례 맞았다. 파나마에서는 짧게 수감됐고 멕시코에서 총부리가 겨눠진 적이 있으며 러시아에서도 불법 월경으로 구금됐다. 2008년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쳐왔을 때도 여정이 지연됐다.

10월 5일 도버 인근에 영국해협 건너 도착한 부시비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앞서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는 "이게 21세기의 오디세이 모습"이라며 "절반은 환경의 문제이고 나머지 절반은 행정적, 지정학적 문제였다. 때로는 그냥 기다리는 게 해결책이었다"고 말했다.

고비가 닥칠 때마다 부시비는 멕시코에 둔 기지로 철수해 비자 문제나 기업·언론 후원 문제를 처리했다가 상황이 개선되면 앞서 중단했던 위치로 돌아가 여정을 재개했다.

부시비는 28년 중 실제 걸은 기간은 15년이었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이후 낸 성명에서는 "오랜 세월이 지나 영국 땅을 다시 밟으니 기분이 좋다"며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모두 상상 이상의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르초크와 촬영팀이 그의 귀향길에 동행했다. 헤르초크 감독은 이 여정을 '인생의 걸음'(Walk of Life)란 제목의 장편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이 영화 제작사가 지난 16년간 부시비의 여정을 재정적, 물류적으로 지원했다.

10월 28일 잉글랜드 링컨셔를 걷는 부시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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