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추모 그림 걸린 이태원 골목…“밝혀야 할 진실 사라지지 않아”

이태원 참사 4주기를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골목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이날 새로 교체된 빌보드를 바라보고 있다. 김지윤 기자 june26@hani.co.kr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인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참사가 발생했던 골목에 새로운 추모 그림(빌보드)이 걸렸다. 보라색 점퍼를 입은 유가족 4명은 빌보드를 덮고 있던 흰 천을 함께 걷어냈다. 빌보드 아래에 국화꽃 여러 송이가 놓였다. 참사 이후 네 번째 가을, 골목의 그림은 바뀌었지만 그날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유가족의 요구는 여전했다.

이날 참사 현장에는 추모 빌보드 새 작품 공개 행사가 열렸다. 지난 2023년 참사 1주기를 맞아 설치된 빌보드의 12번째 교체 작품이다.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 박시영 작가가 제작한 작품에는 고질라와 킹콩, 세제 등의 이미지를 활용한 참사 이후의 상처와 애도, 회복의 바람이 담겼다. 희생자 유연주씨의 언니 유정씨는 “빌보드는 바뀌어도 기억해야 할 이름들은 바뀌지 않는다”며 “시간이 흘러도 밝혀야 할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별들의 집’에서는 참사 4주기를 맞아 한국을 찾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호소했다. 이들은 4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를 맞아 28일 서울 종로구 ‘별들의 집’에서 열린 외국인 유가족 기자간담회에서 유가족들이 묵념하고 있다. 김지윤 기자 june26@hani.co.kr

노르웨이 희생자 스티네 롤크밤 에벤센씨의 어머니 수잔네 뢰스홀멘씨는 “조사가 2026년 여름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들었었는데, 가장 고통스러운 질문에는 여전히 답을 얻지 못했다”며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건지, 왜 진실은 안 밝혀지는지 명확한 설명도 없다. 하루하루 고통 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란 희생자 알리 파라칸드씨의 어머니 파르 잘랄씨는 “4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책임자들은 합당한 법의 심판을 받길 바란다”며 “부모들의 헌신 속에 자라 이제 막 삶의 꽃을 피우려던 우리 아들의 억울한 죽음 앞에 반드시 온전한 정의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전날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확보한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 영상자료를 통해 희생자들의 마지막 동선을 확인한 경험도 털어놨다. 카자흐스탄 희생자 마디나 셰르니야조바씨의 언니 다미라 셰르니야조바씨는 동생이 친구들과 웃으며 걷다가 인파에 휩쓸리고 구조되는 과정을 영상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동생이 구조되기까지 44분이 걸렸다”며 “당시 경찰은 어디에 있었는지 궁금하다. 어떤 사람이 책임이 있는지 그 이름 하나하나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참사 4주기를 맞는 오는 29일 오전 10시29분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참사 4주기 기억식이 열린다. 유가족과 시민사회, 행전안전부와 서울시가 함께 여는 기억식에는 정치권과 주한 외교단, 시민 등 1천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김지윤 기자 june2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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