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무게 기준은 유사…다른 승객에 위해·통행 방해 등 판단은 현장 상황 기반
지하철·기차도 규정 위반 시 강제 하차 가능…"일상적인 짐, 안전히 실을 방안 모색해야"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6.9.16 pdj6635@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버스에 갖고 탈 수 있는 짐 크기에 제한이 있다?
최근 대구에서 손수레형 장바구니(작은 바퀴가 달린 카트형 장바구니)를 갖고 시내버스에 탄 할머니가 탑승이 거부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인터넷에서 논란이 됐다.
동네에서 장볼 때 흔히 사용하는 기구임에도 버스기사가 규정 위반을 이유로 하차를 요구했고, 급기야는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다.
이를 두고 "기사분이 저렇게까지 할 일인가", "차 내 휴대품 관련 규정이 있고, 안전 사고시 기사분 책임이니 이해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버스 휴대물품 제한 규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승객이 소지한 짐을 이유로 버스에서 탑승을 거부해 갈등을 빚는 사례는 주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승객 휴대품의 교통수단별 반입 기준과 이와 관련한 현장 운영 실태 등을 살펴봤다.
◇ 버스 휴대물품도 크기·중량 제한…운송약관 통해 자율규제
여행용 가방(캐리어)과 수레형 장바구니처럼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물건이라 하더라도 언제나 버스 내 반입 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 정책브리핑과 교통수단별 운송약관 등에 따르면 승객이 들고 탈 수 있는 휴대품은 크기와 중량의 제한이 있는 데 더해 다른 승객에게 위해를 끼치거나 통행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 반입이 금지된다.
항공기를 탑승할 때 수하물에 명확한 규정이 있듯, 차내 반입 가능한 휴대품도 운송사업자 혹은 조합별 운송약관에 유사하게 규제하고 있다.
여기서 운송약관은 운송사업자가 여객 운송에 관한 책임의 한계와 경영에 필요한 사항 등을 규정한 것으로, 승객에게도 효력이 미친다.
이 규정과 국토부가 올해 5월 누리집에 게재한 '버스 수하물 규정, 제대로 알려드립니다' 게시물에 따르면 시내버스에 반입 가능한 수하물은 1인당 10∼20kg 미만, 크기 50·40·20㎝ 이하 수하물이다. 대략 20인치 이하 캐리어가 여기에 해당한다.
고속·시외버스는 세 변을 합해 115㎝ 이하이거나, 총중량이 10㎏ 미만인 경우 휴대할 수 있고, 버스 하부에는 세 변을 합해 160㎝ 이하거나 총중량이 30㎏ 미만인 짐을 실을 수 있다.
공항버스는 50·40·20㎝ 미만, 20㎏ 미만인 짐 1인당 최대 2개를 들고 탈 수 있고, 28·32인치 캐리어는 1인 최대 1개 적재할 수 있다. 이를 초과할 시 적재할 수 없다.
국토부는 구체적으로 ▲ 통로를 막는 대형 캐리어 ▲ 무게 기준을 초과하는 짐 ▲ 다른 승객의 공간을 침해하는 짐 ▲ 안전하게 고정 불가능한 짐 등을 소지한 경우 탑승이 거부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국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세부 기준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서울시 시내버스의 휴대 가능 기준은 1인당 중량 20㎏ 미만이나, 인천시와 경기도는 10㎏ 미만이다.
서울시에는 성인용 자전거와 관련한 특례 규정이 있고, 인천시는 20㎏ 미만 여행용 가방은 공항행 시내버스에 한해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반입 가능하다고 별도로 정했다.
경기도는 모든 휴대품의 포장이 잘 돼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 밖에 대부분 버스사업자 약관에는 '휴대품 이외엔 차내 반입을 거절한다'고 돼 있다.
아울러 '시내버스의 통로 및 승·하차 문을 막을 염려가 있는 물품', '기타 여객에게 위해를 주거나 차량을 훼손할 염려가 있는 물품' 등을 소지가 제한되는 물품으로 명시했다.
휴대품이라고 해서 휴대할 수 있는 짐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인천시 시내버스 운송약관에는 '여행용 가방'을, 부산시 시내버스 운송약관에는 '기내 반입용 20인치 여행 가방·40ℓ 장바구니 카트 규격'의 짐을 반입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 약관에 바퀴 달린 물품과 관련한 내용이 없어 바퀴 달린 장바구니라도 규격 내라면 반입이 허용되는 것으로 안다"며 "반입 가능 휴대품이 그 지역 운송사업조합의 약관으로 정해지다 보니 지자체별 특성 등에 따라 현장에서 다르게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세하게 반입 가능 혹은 불가능 품목을 정해준다면 오히려 과한 규제가 될 수 있어 운송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약관을 마련하도록 한 것"이라며 "약관은 큰 틀에서 기준을 정해주는 것으로, 실제 판단은 기사분들이 현장 상황 등을 보고 종합해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버스에 수레형 장바구니를 들고 탄 할머니가 경찰과 함께 하차하는 영상.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지하철·기차도 크기·무게 제한…위반 시 부가금에 강제 하차 조치도
지하철과 기차도 마찬가지로 운송약관에 따라 차내 휴대품을 관리한다.
서울교통공사의 1∼8호선 여객 운송약관에는 길이, 너비, 높이 각 변의 합이 158㎝ 이상인 물품과 중량이 32㎏을 초과하는 물품은 휴대하고 승차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휠체어, 유아차, 접힌 상태의 접이식 자전거는 휴대하고 승차할 수 있으며, 접이식 외 자전거는 토요일과 법정공휴일에만 반입할 수 있다.
반입이 제한된 휴대품을 이미 갖고 탄 것이 적발된 경우에는 하차하도록 안내할 수 있는데, 이때 해당 휴대품에 대해선 1개당 5천원의 부가금이 부과된다.
한국철도공사의 여객 운송약관은 승객이 좌석 또는 통로를 차지하지 않는 두 개 이내의 물품을 휴대하고 승차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물품은 객실과 객실 사이 짐 보관함 또는 객실 내 선반에 보관해야 하고, 고객이 스스로 운반할 수 있어야 한다.
자전거 등 통행에 지장을 주거나 불편을 줄 수 있는 물품은 휴대가 금지돼있다.
각 교통수단의 운송약관에 어긋나는 휴대품을 반입한 승객은 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해 기사 또는 승무원이 하차를 요구할 수 있다.
정당한 하차 요구에 승객이 응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구체적인 행위와 상황에 따라 업무방해죄 등이 성립할 수 있으며, 운행 지연 등으로 실제 손해가 발생한 경우 민사상 배상책임을 질 수도 있다.
한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는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승객을 중도에 내리게 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승차 거부나 하차 요구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는 사례별, 상황별로 따져봐야 한다.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시내버스 내 대형 캐리어 반입 시범사업을 다음 달부터 3개월간 추진한다. 2026.4.1 handbrother@yna.co.kr
◇ 일률 금지 가능한가…모호한 규정에 기사·승객 실랑이도
항공기와 달리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는 휴대물품에 대한 규제 적용이 쉽지 않다.
안전사고 방지라는 취지는 좋지만,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여행용 가방 등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란 어렵다는 점에서다.
특히 탑승 거부 판단 주체가 버스 기사 등이라는 점도 문제다.
약관에 제시된 수하물의 중량과 크기를 충족하는지 눈대중으로 알기가 쉽지 않고, 통행 방해나 위해·차량 훼손 등에 대한 우려 조항을 근거로 거부해야 할 땐 더욱 기준이 모호하다.
정당한 사유 없이 승차를 거부하면 기사 본인이 과태료 등 행정 제재를 받을 수 있는데, 그렇다고 반입을 무리하게 허용했다가 차내 안전사고가 나면 운전기사 역시 사고 처리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부담을 겪을 수 있다.
현장에서는 탑승 거부를 요청하는 것이 기사들에게도 큰 부담이라며 약관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자주 사용되는 물품은 반입을 무조건 막기보다 안전하게 실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시내버스 노동조합 관계자는 "약관은 지자체 내 모든 버스회사에 적용되지만, 이를 현장에서 어떻게 운용할지는 사내 방침에 달려있다"며 "수레형 장바구니 정도로 경찰을 부르면서까지 승객과 갈등을 빚고 싶은 기사는 없을 테고,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회사에서 분쟁시 경찰에 신고하라는 등의 방침을 준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시처럼 '40ℓ 장바구니 카트 규격' 등 반입 가능한 물건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 현장 판단에 도움이 된다"며 "일상적인 짐이라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단 짐 싣는 칸을 별도로 마련하거나 고정 장치를 차내 설치하는 등 안전하게 실을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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