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들이 근거로 든 것은 교육청이 직접 실시한 조사였다. 중등 역사교사의 94.5%가 학생들의 역사 문해력이 낮다고 답했고, 이전보다 수업이 어려워졌다는 응답은 71.8%였다.
2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는 이날 오후 1시20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채훈 신전대협 의장은 "교육기본법 제6조는 교육이 정치적·파당적 편견을 전파하는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며 "안민석 교육감은 이 조항을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밝혔다. 교육기본법 제6조 제1항은 교육이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신전대협은 황 소장의 과거 발언 중 “6·25전쟁은 미국이 일으킨 기획전쟁이다”, "현대사를 공부하는 가장 큰 목적은 성숙한 반미의식을 키우는 것이다" 등을 인용했다. 김 의장은 강연 대상에 학생이 포함된 점을 두고 "아직 역사를 배워가고 싶은 학생들에게 안민석 교육감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 반미 선동과 선전이 아니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같은 날 역사교사들은 반대 방향의 요구를 냈다. 경기도초등역사교육연구회와 경기도중등역사교육연구회는 23일 '역사교육은 정답을 외우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입니다'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내고 국회와 정치권에 교사의 수업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연구회가 근거로 제시한 자료는 강연 논란 이전에 나왔다. 경기도교육청이 9월 1일부터 11일까지 초등학교 5·6학년 담임교사 785명과 중등 역사교사 877명 등 16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사교육 실태조사다.
학생의 역사 문해력이 낮다는 응답은 중등 94.5%, 초등 76.0%였다. 이전보다 역사수업이 어려워졌다는 응답은 중등 71.8%, 초등 55.0%였고, 역사 부정·왜곡 콘텐츠 때문에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비율도 중등 61.1%, 초등 50.5%에 달했다. 다만 이 수치는 교사들이 학생의 이해 수준과 수업 여건을 평가한 인식조사 결과다. 학생들에게 동일한 시험을 실시해 문해력을 측정한 것은 아니다.
교사들이 꼽은 역사교육의 지향 가치는 민주시민·평화·인권·공존이 우선이었고 비판적 사고와 역사적 탐구가 뒤를 이었다.
연구회가 제시한 수업 원칙은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다. 1976년 서독 정치교육 전문가들이 마련한 원칙으로, 학생에게 특정 견해를 강요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은 수업에서도 다양한 관점과 근거를 놓고 다루며 학생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한다는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 합의는 모든 역사적 주장에 같은 지위를 부여하라는 원칙이 아니다. 확인된 역사적 사실과 학술적으로 논쟁 중인 해석을 구분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검토하도록 하는 교육 원칙이다.
연구회는 이 원칙을 교사 개인의 노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료를 균형 있게 제시하려 해도 어느 한쪽을 더 비중 있게 다뤘다는 민원이 들어올 수 있고,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수업에서 어느 범위까지 다뤄야 하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이에 교육부와 도교육청에 역사적 사실과 해석, 근거 없는 주장을 구분해 다룰 수 있는 공통 수업자료와 쟁점 수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용현 경기도초등역사교육연구회장은 "교사들은 여러 견해를 듣고 그 근거를 따져볼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교육자"라며 "강연 자체를 막아 판단의 기회까지 차단하려는 요구는 역사교육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방의 출발점은 열흘 전이다. 도교육청은 16일 각급 학교에 강연 계획을 안내하고 학부모 대상 가정통신문을 배포했으며, 20일에는 역사·사회 교사와 역사 관련 교사 학습공동체 담당자를 명시해 학습공동체 연계 활동을 권장하는 공문을 보냈다. 안내 이후 국민신문고와 담당 부서 전화를 통해 강사 교체를 요구하는 교사 민원이 잇따랐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23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연 철회와 초청 경위·선정 기준 공개, 역사교육의 객관성 확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강연을 일회성 특강에 그치지 않고 학습공동체 연계 활동으로 권장한 점을 들어 특정 역사관이 학교 수업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경기도당도 같은 날 별도 성명을 냈고, 중앙당은 논평에서 헌법 제31조와 교육기본법 제6조를 들어 강연 취소를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대한민국교원조합도 강연자의 역사적 정확성과 교육적 적합성, 정치적 중립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취소 또는 재검토를 촉구했다.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것은 확립된 역사적 사실이다. 황 소장은 2025년 2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일성의 남침을 부정한 적이 없으며 자신의 발언은 미국이 이를 막지 않은 책임을 지적한 취지였다고 반박한 바 있다.
교육부도 입장을 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이 황 소장의 역사관을 묻자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과거의 그런 생각에 관해서 반성하거나 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물론 학생들 앞에서 하는 강연 내용이 이것과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재고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며 "안민석 교육감과 통화해서 오해 소지가 있는 강사는 바꾸는 것이 어떤가 권고해 보겠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공개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려 "진보 정권의 교육부 장관이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다"며 "최 장관은 밀정이냐, 변절자냐"라고 말했다.
교육감은 주민 직선으로 선출되는 독립 기관장이어서 교육부 장관의 권고에 법적 강제력은 없다. 최종 판단은 도교육청의 몫이다.
도교육청은 강행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통해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살펴보려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연자는 여러 경로로 추천받아 선정했으며 황 소장의 과거 발언을 둘러싼 논란도 확인했지만 강연의 주제와 취지를 고려하면 강사로서 부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교육청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교육감 비서실에도 보고됐고 강연 진행에 큰 결격 사유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강연 주제가 정치적 사안이 아닌 역사교육의 중요성인 만큼 강사를 교체할 사안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강연은 28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남부청사 대강당에서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등 신청자 500명을 대상으로 열린다. 주제는 '역사를 역사답게, 교육을 교육답게'다. 오후 3시 공연과 교육감 인사말로 시작해 3시 30분부터 1시간 강연, 이후 30분간 질의응답이 진행되며 유튜브 '경기교육TV' 채널로 생중계된다. 신청은 25일 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