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반도체 호황·AI 확산에 청년 일자리 질 나빠진다"

"경제 성장에도 고용 창출 안돼…경력직만 선호"

눈높이 낮춰 취업 뒤 상향 이동 가로막혀…"고용 유연화 필요"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최근 반도체 중심의 경제 성장 구조,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등에 청년 고용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고 한국은행이 26일 진단했다.

우리나라 고용 보호 제도가 오히려 청년 고용을 저해하고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했다.

한은은 이날 보고서에서 "청년 고용 문제에는 산업구조 재편, AI 기술 변화, 경직적 노동시장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전제로 상용직을 1차 노동시장 종사자, 그 외 임시·일용직을 2차 노동시장 종사자로 구분해 청년 고용 실태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2023년 이후 15∼29세의 청년층은 1차 노동시장 진입을 기다리기보다 취업 눈높이를 낮추고 2차 시장으로 진입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고용의 질이 나빠졌다.

[한은 제공]

그 배경으로는 먼저 정보기술(IT)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 재편이 지목됐다.

상용직 고용 창출력이 낮은 IT 제조업이 생산을 주도하는 반면, 상용직 채용은 비(非) IT 제조업과 서비스업 비중이 여전히 높아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이 1차 노동시장 수요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노동 수요 정체는 전 연령층으로 분산되기보다 청년층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2022년 말 생성형 AI 도입도 청년 고용에 하나의 변곡점을 만들었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와 산업을 중심으로 경력직 선호가 강해지면서, 청년층이 주로 담당하던 초급·기초 업무 수요가 빠르게 위축됐다.

이런 채용 구조 변화는 금융보험, 전문 과학기술, 정보통신 등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군에서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제약하는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 옮겨가는 청년층 비율(이동률)이 2014∼2019년 8%대에서 2023∼2024년 5%대로 낮아지는 등 '2차 시장 고착 효과'도 강화됐다.

향후 노동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직무 역량 축적과 상향 이동 경로가 부족해 청년 고용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한은 제공]

이밖에 한은은 이른바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상 고용 보호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청년 고용률이 낮은 경향을 보이는데, 우리나라 '정규직 개별 해고 보호 지수'는 주요 23개국 중 10위 수준으로 비교적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한은은 "노동 공급 측면의 대책인 일자리 정책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산업정책과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T 제조업 성장세의 파급 확대 여건 조성, 교육과 산업의 유기적 연계, 고용제도 유연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한은 제공]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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