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 측정을 하기 전 경찰이 운전자에게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그 측정 결과를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아무개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는 2023년 12월 세종시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화물차를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당시 도로에서 차량의 시동을 켜고 잠들었다가 현행범 체포된 후 음주 측정을 받았고, 당시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0.081%였다. 경찰은 김씨가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은 전력을 고려해 재범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김씨는 음주 측정 과정에서 경찰이 김씨에게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아서 혈중알코올농도가 실제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에 측정 결과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는 것은 경찰청의 내부 지침이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음주 측정이 위법해지는 건 아니라고 봤다. 또 이미 음주를 하고 20분 이상 지나서 측정이 이뤄졌기에 입을 물로 헹굴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김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심에서도 이 판단이 유지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2023년 7월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경찰이 입안의 잔류 알코올을 헹굴 수 있게 물을 제공했어야 하고, 이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입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은 음주 측정 결과는 증거능력이 배제돼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이 사건의 음주 측정 결과가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 가능한 예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음주 종료 20분이 경과했을 때 구강 내 잔류 알코올 영향이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는 트림, 딸꾹질, 구토, 치아보철, 구강 내 잔존 음식물 또는 구강청정제 사용 등의 영향이 배제된 실험조건이 전제”라며 “이런 배제가 불가능한 현실의 음주운전 단속 상황에서는 20분이 지났다고 과대측정 위험이 사라진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