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원 신발장에 깔려 숨졌는데…"폐기해" 지시한 공무원

전직 공무원의 지시로 환경미화원을 덮친 신발장을 옮기는 동료 미화원들 모습. /사진=SBS 뉴스 방송화면 캡처

8년 전 경기 수원시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신발장에 깔려 숨진 환경미화원 사건 관련, 동료 미화원들에게 핵심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전직 공무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23일 뉴시스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6단독 장재용 부장판사는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된 전 공무원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 지시로 증거를 인멸해 함께 재판에 넘겨진 B씨 등 환경미화원 3명에겐 벌금 2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앞서 2018년 9월18일 오전 10시12분쯤 수원시 한 행정복지센터에선 계단참에 놓여 있던 대형 신발장이 쓰러지며 환경미화원 C씨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진 C씨는 사고 한 달여 만에 숨졌다.

환경미화원 관리 업무를 맡았던 A씨는 사고 직후 현장에 도착해 신발장 설치 및 관리 소홀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했으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B씨 등에게 신발장을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B씨 등도 이러한 현장 상황을 알고 있었으나 A씨 지시에 따라 신발장을 해체했다.

법정에서 이들은 안전상 문제로 신발장을 옮겼을 뿐, 증거 인멸에 대한 인식이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 판사는 "신발장의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망인이 입은 피해와 연관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고, 하자가 인정되면 형사책임이나 관리자에 대한 징계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도 쉽게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망인이 응급 후송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발장을 창고로 옮기고 해체했다"며 "안전상 문제로 옮길 필요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른 시간 내 해체 작업을 해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 유족이 수원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C씨의 사망 원인으로 신발장과 그 설치의 결함이 인정돼 승소한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장 판사는 "피고인들 범행으로 유족이 진상 확인에 어려움을 겪어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면서도 "A씨는 사죄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A씨 지시에 따라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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