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 써도 대기줄 우르르" 은행 문 30분 늦게...해외는 저녁·주말에도 연다

내년 4월부터 고객이 은행 창구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7시간에서 6시간 30분으로 줄어든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국내 은행들이 점포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하기로 하면서 금융 소비자의 불편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반면 해외 주요 은행들은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도 창구를 운영하고, 지점별 고객 수요에 따라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이에 비대면 금융 확산 속에서도 대면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의 접근성을 보장하려면 일률적인 영업시간 단축보다 지역과 이용 수요를 고려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30분 늦게 문 연다…영업시간 7시간→6시간30분

내년 4월부터 고객이 은행 창구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7시간에서 6시간 30분으로 줄어든다. 개점 시간은 오전 9시에서 9시 30분으로 늦춰지고, 폐점 시간은 오후 4시 그대로다. 지난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은행 영업시간이 바뀌는 것은 코로나19 시기의 한시적 단축 운영을 제외하면 18년 만이다. 앞서 은행권은 2009년 4월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오후 4시 30분에서 오전 9시~오후 4시로 30분 앞당겼다.

금융노조는 직원들의 실제 근무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전 9시부터 고객을 맞이하려면 직원들은 그보다 일찍 출근해 전산과 현금 취급을 준비하고 당일 업무를 확인해야 한다. 오후 4시 영업을 마친 뒤에도 거래 내역 확인과 정산 등 후속 업무가 이어진다.

실제 금융노조가 2024년 공개한 자체 조사에서 한 지부 영업점 근무자 응답자 6459명 중 5492명(약 85%)은 오전 8시 30분 이전에 출근한다고 답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사진=뉴시스그러나 영업시간 단축이 금융 소비자의 접근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란 비판도 나온다. 평일 낮에 은행을 방문하기 어려운 직장인과 대면 업무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 등은 창구 이용에 더 큰 제약을 받을 수 있어서다. 특히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하려 해도 대기 시간 때문에 업무를 마치기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또 모바일·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금융 거래가 보편화됐지만 대출 상담과 상속, 외환 거래, 각종 서류 발급 등은 여전히 창구 방문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은행 점포 감소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7개 은행의 점포(출장소 포함) 수는 총 5514곳으로, 5년 전보다 890곳(13.9%) 줄었다. 이용할 수 있는 점포가 감소한 상황에서 영업시간마저 단축되면 대면 금융서비스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고객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서울 강남구 직장인 이모씨(33)는 "최근 신혼집을 구하면서 대출을 받아 은행 갈 일이 많았다. 오전 반차를 내고 가도 사람이 많아 오래 기다렸는데 개점 시간이 늦어지면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지지 않겠냐"며 "사정이 있다고 해도 고객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창구라도 늘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일반 회사원들도 9시 출근이면 미리 와서 근무 준비한다", "특정 요일은 운영시간을 다르게 해 달라", "차라리 늦게 열고 늦게 닫았으면" 등 불만이 이어졌다.

해외 은행은 저녁·주말에도 문 연다…지점별 이용 특성 반영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 기기./사진=뉴시스해외 주요 은행들은 지역과 고객 수요에 따라 영업시간을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 평일 낮에 방문하기 어려운 고객을 위해 저녁이나 주말에도 창구를 열되, 이용자가 적은 지점은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식이다. 국내에서도 일률적인 영업시간 조정보다는 지점별 이용 특성을 반영한 탄력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JP모건 체이스·뱅크 오브 아메리카·웰스파고·씨티은행 등 주요 은행은 일반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창구를 운영한다. 도심이나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의 일부 지점은 평일 저녁까지 영업하거나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문을 연다. 반면 고객이 적은 교외 지역 지점은 상대적으로 일찍 영업을 마감하는 등 지점별로 운영시간에 차이를 둔다.

싱가포르 DBS도 지점에 따라 오전 8시 30분 또는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 등 개점 시간을 유동적으로 운영한다. 영국계 대형 은행 HSBC의 일부 지점은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영업하며 토요일에도 창구를 연다.

한국보다 은행 영업시간이 짧은 일본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은행들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영업해 왔지만, 최근 도쿄 등 대도시의 일부 시중은행 지점은 저녁 7시 이후까지 운영시간을 연장하고 있다.

국내 '대면' 탄력점포는 6년째 제자리

국내에도 일반 영업시간과 다른 시간대에 운영하는 탄력 점포가 있지만, 대면 금융서비스 공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주말 영업은 외국인 특화 점포 등 일부 유형에 집중돼 있어 일반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창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전국 탄력점포 수는 2020년 12월 870개에서 지난달 1040개로 170개 늘었다. 그러나 탄력점포에는 고기능 무인 자동화기도 포함된다. 해당 기기는 같은 기간 246개에서 430개로 184개 증가해 전체 탄력점포 증가 폭을 웃돌았다.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탄력점포 수는 6년째 제자리인 셈이다.

해외에서는 은행 점포 감소 지역의 금융 접근성을 보완하기 위해 은행 외 시설을 활용하기도 한다. 영국은 은행 점포 폐쇄 지역에 공동은행 허브(Banking Hub)를 설치해 대면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요 은행이 공동 출자한 비영리기관인 캐시 액세스 UK(Cash Access UK)가 허브를 소유·지원하고, 우체국이 상시 창구를 운영한다.

호주도 지점 감소에 따른 금융서비스 접근성 저하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호주 4대 시중은행은 2027년 중반까지 지점 폐쇄를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우체국을 활용한 대리 서비스도 운영해 농촌과 오지 주민들이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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