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무려 250명 이상' 역대 최악 미성년자 성폭행 스캔들, 징역 175년 선고했지만...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분노 폭발

래리 나사르(왼쪽). /사진=NY 포스트 갈무리

체조계를 뒤흔든 역대 최악의 대규모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지 10년이 흘렀지만 체육계의 실질적인 변화는 없는 분위기다. 스포츠 현장이 아이들의 안전과 인권보다 여전히 돈과 메달, 명예를 앞세우고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이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20일(한국시간) "2018년 당시 250명이 넘는 여성과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전 미국 체조 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에게 최대 징역 175년을 선고했던 로즈마리 아퀼리나 판사가 나사르의 범죄가 폭로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의미 있는 변화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아퀼리나 판사는 스포츠에서의 성공에 앞서 인권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아퀼리나 판사는 "나사르 사태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의미 있는 변화는 거의 없었다"며 "실질적인 변화를 원하지만, 스포츠는 물론 삶과 법정, 교실, 입법부 어디에서도 우리는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유를 물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안전보다 돈과 메달, 악명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안전은 당연한 인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아퀼리나 판사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 현장을 찾아 피해자 모임인 '변화를 위한 국제 체조선수들(G4CI)' 소속 활동가 및 생존자들과 함께 체육계의 지지부진한 개혁을 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래리 나사르 사건 피해자 신분으로 법정에 선 전 체조 선수들. /로이터=뉴스1G4CI 최고경영자(CEO)이자 나사르 사건 피해자인 클레어 히포드는 "우리는 여전히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자리에 머물러 있다. 개혁의 규모는 폭로된 진실의 규모에 결코 미치지 못했다. 고정된 위계질서 속에서는 시스템 내부에서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민키 워든 역시 체육계의 폐쇄성을 꼬집었다. 워든은 "규정은 존재할지 몰라도 현장에서의 실행은 전무하다"며 "체조를 비롯한 스포츠 전반은 과거 가톨릭교회나 학교가 누렸던 예외주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가해자가 다른 관할권으로 이동해 계속해서 학대를 저지르던 구조적 문제가 스포츠계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체조협회를 상대로 부적절한 체중 관리와 폭언 피해 민사 소송에서 승소했던 전직 체조선수 엘로이즈 조티슈키는 "영국체조협회가 수분 섭취나 체중 관리 정책 등을 내놓았지만 중요한 것은 실행"이라며 "실행하지 않고 감시하지 않는다면 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일갈했다.

캐나다 피해자 단체의 킴 쇼어 또한 "선수들의 강제 체중 측정 금지, 의사 소견서 없는 복귀 제한, 징계 지도자의 해외 이동 방지 등 국제기구가 명문화된 규정을 도입하고 강력히 추진해야 문화가 바뀐다"고 촉구했다.

연맹 수뇌부 교체를 앞두고 열린 이번 세계선수권 현장에서 10년 전 재판을 이끌었던 판사와 생존자들이 다시 뭉치면서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 선수 보호를 외면해 온 국제 스포츠계를 향한 쇄신 요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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