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인스 의원 두 차례 들이받아…앨버니지 총리 "명백히 고의적"
피해자는 무소속·비당파적 인사…범행 동기 아직 불확실

(왕가라타[호주] EPA=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 왕가라타 지역의 헬렌 헤인스 하원의원 사무실 앞에 그의 쾌유를 비는 사람들이 꽃다발이 쌓여 있다. 헤인스 의원은 전날 차량 공격을 당해 중태다.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호주에서 여성 하원의원을 표적으로 40대 남성이 차량으로 들이받는 공격을 가해 의원이 한쪽 다리를 잃고 중태에 빠졌다.
20일(현지시간) 호주 경찰은 용의자 브렌던 뉴전트(43)를 연방정부 공직자 위해·고의적 중상해·위험 운전으로 인한 중상해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뉴전트는 전날 오후 3시 35분께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 왕가라타 지역에서 무소속 헬렌 헤인스(65) 하원의원을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고의로 들이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차 트렁크에서 물건을 꺼내던 헤인스 의원을 들이받은 뒤, 차를 몰고 지나쳐 갔다가 유턴해서 돌아와 다시 충돌했다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밝혔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는 명백히 고의적인 행동이었다"면서 "단순한 사고나 차량이 도로를 이탈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뉴전트는 사건 직후 현장 근처 이발소의 이발사 리키 제프리스 등 시민들에 의해 제압돼 경찰에 넘겨졌다.
제프리스는 "브레이크 밟는 소리 없이 '쾅'하는 굉음이 들렸다"면서 "상황이 충격적이라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고 곧바로 가게 앞으로 뛰어나갔다"고 말했다.
이후 용의자를 제압하고 주머니를 뒤져 흉기를 빼앗은 제프리스는 "정말 정신없는 상황이었다"라면서 "많은 사람이 즉시 뛰어들었는데, 위험한지 따져볼 겨를도 없었다. 그저 도우려고 달려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공영 ABC 방송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멜버른의 한 병원으로 옮겨진 헤인스 의원은 한쪽 다리를 잃고 위중하지만 안정적인 상태이며, 의료진은 그의 나머지 한 다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간호사·조산사·보건학자로 일하다가 2019년 처음 의원으로 당선된 뒤 현재 3선인 헤인스 의원은 농촌 보건 문제 해결, 기후변화 대응 강화, 정치 투명성 제고 등에 주력해 왔으며, 무소속으로서 정파적 대립과 거리가 있는 인물로 알려져 왔다.
용의자의 부모는 성명을 통해 이 지역 주민인 헤인스 의원과 2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였다면서 이번 사건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우리 지역사회에서 깊이 존경받고 소중히 여겨지며, 많은 사랑을 받는 구성원"이라면서 경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뉴전트의 범행 동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앨버니지 총리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동기를 섣불리 추측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정치적 담론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최근 몇 년간 호주의 정치적 논쟁이 지나치게 격해지고 인신공격적인 양상을 띠게 된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앨버니지 총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달리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면서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의 동기나 애국심, 혹은 그 사람의 본질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호주 경찰은 의원들을 향한 위협 사건이 지난 3년간 두 배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호주 국내 정보기관 호주안보정보원(ASIO)의 마이크 버지스 국장은 이날 정치적 동기에 의한 폭력이 간첩 행위·외국 세력의 개입과 더불어 주요 안보 우려 사항이라면서 "불만과 불관용,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