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세원 포착망 확대···해외로 옮긴 내역도 국세청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대표적인 가상자산 이미지. (그래픽=REUTERS 연합뉴스)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대표적인 가상자산 이미지. (그래픽=REUTERS 연합뉴스)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해외에서든, 국내에서든 돈을 벌었다면 직접 연말정산처럼 신고해야 한다. 만약 1000만원을 벌었다면 공제 250만원을 제외하고 약 165만원의 세금이 붙는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탈루다. 가산세가 나날이 더 붙게 된다. 만약 국세청이 검증할 수 있는 시기가 2년 뒤라고 한다면, 2년 뒤 가산세가 붙은 금액을 내야 하는 셈이다.

정부는 세원 포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으로 옮긴 가상자산 내역을 한국은행 외환전산망에 모아 국세청 등과 공유하기로 했다.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을 앞두고 국내 거래와 해외 이동, 해외 거래를 함께 들여다보는 세원 포착망이 갖춰지는 셈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지난 7일 입법예고했다. 지난 6월2일 공포된 개정 외국환거래법이 신설한 '가상자산이전업무'의 범위와 등록 요건, 보고 의무를 구체화한 것이다.

개정안은 국내 사업자와 개인지갑(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이용자가 직접 관리하는 전자지갑) 간 이전도 포함했다. 조문상으로는 '가상자산사업자를 통하지 않는 가상자산주소'와 가상자산을 주고받는 행위가 모두 대상이다.

정부는 이 자료를 국세청·관세청·금융감독원·금융정보분석원(FIU)과 공유·활용할 계획이다.

개인 투자자가 가상자산을 옮길 때마다 직접 신고하거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나 개인지갑으로 보낸 기록이 거래소를 거쳐 과세당국까지 전달되는 경로가 새로 생긴 셈이다.

입법예고 기간은 26일까지다. 이후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를 거쳐 개정법 시행일인 12월3일부터 적용된다.

정부가 감시 범위를 개인지갑까지 넓힌 것은 우회로를 막기 위해서다.

재경부는 규제영향분석서에서 해외 거래소로의 이전만 감시하면 개인지갑을 통한 규제 우회로 대규모 모니터링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개인지갑으로 빠져나간 가상자산은 추적이 어려워 사실상 국경 간 이전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판단이다. 분석서는 규제 목표로 외환규제 우회 차단과 함께 탈세·자금세탁 방지를 명시했다.

이번 개정으로 과세당국이 과세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료는 세 갈래가 된다.

첫째는 국내 거래소의 거래자료다. 거래소는 지금까지 법인세 부과에 필요한 법인 거래내역만 제출해 왔지만, 2027년 1월1일 이후 거래분부터는 개인 거래자료도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둘째는 이번에 신설되는 외환전산망 이전자료다. 자산이 해외나 개인지갑으로 '어디로 움직였는지'를 보여준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에 따라 국세청은 협정국 과세당국과 거래정보를 주고받는다. 코인끼리 교환한 거래의 공정시장가치 총액과 건수 등도 보고 대상에 들어간다.

여기에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가 보조 자료로 더해진다. 연중 어느 월말이든 해외 계좌 잔액이 5억원을 넘으면 해외 가상자산 계좌도 신고해야 하는 제도다. 올해 신고된 해외 가상자산 계좌는 2362명, 10조5000억원이었다.

업계도 이번 개정이 과세 형평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세법상 거주자는 원칙적으로 해외 거래소에서 발생한 과세대상 소득에도 국내 납세의무가 있다"며 "세원 포착 범위를 넓히고 국내외 거래 간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에서 얼마에 팔았는지 같은 거래 정보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 자료가 있어야 당국이 신고 내용을 검증하고 탈루를 잡아낼 수 있다.

업계도 이 점을 짚는다. 이 관계자는 "해외로 자산이 이전됐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과 해외 거래소에서 발생한 매매차익을 확인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이번 개정만으로 해외 거래소에 한국 세법에 따라 계산한 매매차익을 국세청에 제출할 의무가 일괄적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빈틈을 메울 CARF에도 국가별 시차가 있다.

한국은 2027년 첫 교환에 참여하지만 캐나다·스위스·싱가포르·홍콩 등 29개국은 2028년, 미국은 2029년에야 교환을 시작한다. CARF는 한 해 거래를 이듬해 교환하는 구조여서, 과세 첫해의 해외 거래 정보는 신고 이후 검증 단계에서 쓰일 가능성이 크다.

임광현 국세청장도 법이 시행되면 자료를 받아 2028년 5월 신고분부터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실제 확보할 수 있는 정보는 각국의 제도 시행 시기와 거래소의 보고의무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며 "단기간에 모든 해외 거래의 손익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려는 투심은 해외 과세망을 촘촘히 짜 국내로 다시 돌이킬 수 있다.

다만 해외 거래소 이용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를 찾는 배경에는 선물·옵션 등 국내에서 거래하기 어려운 상품에 대한 수요가 있어서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충족하기 어려운 투자 수요가 남아 있는 만큼 거래정보 공유가 확대되더라도 해외 거래소 이용이 줄거나 자금이 국내로 돌아올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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