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쟁점된 AI…'가속개발 vs 감속통제' 워싱턴 소용돌이(종합)

트럼프, 中과 경쟁 의식해 가속론 질주…AI 위협에 '음모론' 딱지

민주당, 트럼프에 속도조절 촉구…AI 통제 범위 두고선 당내 견해차

"AI 통제주체 '인간이냐 기계냐' 정치권 화두"…조만간 백악관서 'AI 회동'

앤트로픽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인공지능(AI) 이슈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조야에서 핵심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간선거 예비선거(경선)가 진행되는 동안 전력과 물의 '블랙홀'로 여겨지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찬반이 미국 조야를 달군 데 이어 최근 AI 업계에서 AI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으면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터져 나오면서 AI 논란은 더욱 뜨거워진 상태다.

AI가 갈수록 발달해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초기 불안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인한 전기 및 수도요금 폭등에 따른 생활물가 우려를 거쳐 이제 인류의 생존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정치적 논쟁의 주제가 옮겨온 것이다.

특히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2일 내놓은 AI 개발 속도조절론 및 통제강화론은 미 워싱턴DC 조야에서 더욱 치열한 찬반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미 CNN 방송은 14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이러한 우려의 고조는, 특히 이런 우려가 AI 업계 거물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분수령의 순간처럼 느껴진다"며 "이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정치적 환경은 AI를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에서 더욱 강력한 이슈로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AI를 둘러싼 미국 양당의 셈법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인데, 야당인 민주당은 중간선거에서 하원 또는 상원을 탈환할 경우 2028년 대선 판도를 재정의하고 변화의 모멘텀을 밀어붙일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불러일으키길 희망할 수 있다.

반면, 트럼프 집권 2기로 인한 역풍을 두려워하는 공화당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의 AI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에 무관심하다는 식으로 또 다른 쟁점이 생기길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CNN은 또한 AI 업계의 '인류 종말' 경고음에 대해 정치권에서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내놓은 것이 미국 정치의 양극화 현상 그 이상을 반영할 뿐 아니라 AI가 과연 인류의 위협이 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열돼 있음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AI를 둘러싼 우려를 일축해왔다. 그는 AI 속도조절론에 대해 전날 아일랜드 방문 중에는 "부정적 세력이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부각하고 있다"고 했으며,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는 "역겨운 음모"라고 치부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반응을 트럼프 행정부의 이념적 시각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산업과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한 AI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최소한의 규제만 추구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거대한 성장동력인 AI의 거품이 터져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하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개인적·정치적 이해관계 탓에 AI 성장 속도를 늦추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뿐 아니라 미국이 AI에서 뒤처지면 글로벌 패권 경쟁 상대인 중국에 따라잡힐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이 AI 경쟁에서 앞서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악시오스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를 포함한 트럼프의 AI 가속주의 동맹은 속도조절론을 두고 AI 업계 선두 주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규제를 만들기 위한 술책으로 본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AI 차르를 지낸 데이비드 삭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장이 AI 속도 조절의 주체는 AI 기업들 자신이라고 경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를 향해 "천사인 척한다"고 비난했고,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삭스 주장에 동조하며 AI 업계 스스로 안전 문제에 대한 공통된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슨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중 또는 다음 주초 AI 기업 경영자들과 만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AI의 안전성을 위한 업계의 책임과 필요한 경우 정부의 규제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지난 10일 행사장 뒤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만났다. 이 만남은 올트먼 CEO의 요청에 따른 것이며, 오픈AI와 앤트로픽에서 AI를 연구하다 퇴직한 뒤 AI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제이컵 콕슨의 폭로 이후 이뤄진 점이 주목된다고 MS NOW는 보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더 신속하게 AI에 대응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했다.

하킴 제프리스(뉴욕) 하원 원내대표는 전날 ABC 방송에 출연, 의회가 AI 개발 속도를 늦추기 위해 "단호한 행동을 해야 한다"며 이번 주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AI 속도 조절 계획에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지난 10일 "AI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며 AI 대응을 주요 정치 의제로 삼을 것을 당에 촉구했다.

민주당에서는 2028년 대선 유력 주자들도 나섰다. 피트 부티지지 전 교통부 장관은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통제를 벗어난 AI에는 강제 정지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엑스에 "연방정부가 국내외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했어야 할 때가 한참 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악시오스는 민주당 의원들이 사태의 시급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초지능 AI의 전면 금지와 AI 개발 일시 중단이라는 강경론부터 초당적인 AI 특위 구성 등 전통적인 워싱턴 정가식 해법까지 다양하다는 것이다.

CNN은 일부 AI 전문가들이 AI 위협에 대한 시나리오들이 AI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면서도 "대중의 불안이 커지면 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가 AI를 통제하는가. 인간인가, 기계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중간선거는 물론 미국 정치권 전반에 있어 매우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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