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검증제도 도입시 AI 개발·투자 지연 초래 가능성
과거 유사 논쟁에도 성장 지속…중국 견제효과 기대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강태우 기자 = 인공지능(AI)의 통제 상실을 막기 위한 속도 조절 필요성이 시장에서 언급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최대 수혜를 누려온 한국 반도체 업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흘러나온다.
다만, 이같은 경고음이 일시적으로 AI 개발과 투자 속도를 늦추더라도 투자 필요성은 여전한 만큼 장기적 산업 성장성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번 논의를 AI 패권 경쟁 상대인 중국을 견제하는 데 활용함으로써 한국 반도체의 경쟁 우위에 되레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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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앤트로픽·오픈AI·스페이스XAI·구글 딥마인드 등 4대 AI 개발사 수장들이 개발 속도 조절에 공감한 것은 AI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데 따른 것이다.
이들 업체는 이런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독립적 안전평가자 배치와 업계 기준 수립 등을 논의 중으로, 이들 방안이 구체화할 경우 AI 개발과 투자 속도가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외부 검증과 안전성 확인이 다음 단계 개발을 위한 조건으로 작용한다면 모델 개발뿐 아니라 투자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같은 AI 속도 조절론이 기존의 산업 전망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견해 역시 유지되고 있다.
이번 화두를 제기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역시 AI 기술이나 모델 훈련 중단에는 선을 그었다.
현재 거론되는 공통 개발 기준 수립이나 국제 협력 등은 구체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과거에도 유사한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AI 산업 성장은 중단되지 않았다.
2023년 3월 오픈AI의 GPT-4 공개 이후 세계적 AI 전문가들이 6개월간 더 강력한 AI 개발을 중단하자고 촉구했는데, 이번 논의에 동참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AI CEO는 당시 성명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원장은 전날 AI 토크 콘서트에서 "실제 개발 속도를 줄인다는 등의 증거가 나온 것은 없다. 개발을 가속하면 했지, 감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델 출시 등 관점에서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촬영 홍기원]
업계의 선제적 자율 통제가 정부의 규제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모데이 CEO도 이번 논의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제한적 면책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을 고려할 때 AI 속도 조절론은 결국 중국 산업의 추격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논의에 대해 "우리는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고, 이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며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지만 필요 없는 것들을 제기하는 부정적 세력이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만 개발을 통제해선 안 된다며 중국과 격차 유지를 위해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아모데이 CEO의 요구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흐름은 미국과 AI 밸류체인을 공유하는 한국 메모리 업계에도 장기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재까지 논쟁이 데이터센터 투자나 반도체 주문의 변곡점을 만들었다는 증거는 없고 한국 반도체 수출과 글로벌 AI 공급망 매출도 확장 중"이라며 "신규 주문 축소와 메모리 가격 하락이 나타나면 경계해야 하지만 아직 징후가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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