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 연안의 주요 도시 모카를 접수하면서 홍해 입구의 전략적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해협 장악에 한걸음 가까워졌다. 후티가 바브엘만데브해협 쪽 해안까지 진격하는 데 성공할 경우 호르무즈해협과 함께 중동의 주요 원유 해상 수송로 두곳이 고스란히 이란 쪽 통제권에 들어가게 된다. 이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다.
뉴욕타임스는 10일(현지시각) 익명의 고위 지방 당국자와 현지 시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후티가 신속한 지상 공격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을 몰아내고 모카시와 항구를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모카는 홍해 남쪽 끝 바브엘만데브해협에서 80㎞도 떨어지지 않은 항구 도시로, 최근 며칠 동안 후티와 정부군 간 지상전이 치열하게 진행된 곳이다. 이날 모카를 장악함으로써 후티는 바브엘만데브해협에 가까운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
세계 해상 원유 및 에너지 물동량의 10~12%가 통과하는 바브엘만데브해협은 수에즈 운하 항로로 이어지는 홍해 남단의 길목이다. 미국-이란 전쟁 시작 뒤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바브엘만데브의 전략적 입지는 한층 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이란 전쟁 이후 원유의 상당 부분을 홍해로 우회 수출해왔다.
전문가들은 후티의 이번 승리가 세계 무역과 석유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실제 이날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OPEC)에 원유 생산량을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감시키겠다고 통보하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5달러를 넘어섰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제 후티는 해협과 인접한 해안까지 점령하기 위해 남쪽으로 진격을 시도 중이다. 예멘 정부 소식통은 로이터에 후티가 이날 모카 점령 뒤 홍해의 또다른 요충지로 꼽히는 하니시 제도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후티가 이미 홍해 남쪽의 주카르섬까지 차지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모카에서 남쪽으로 바브엘만데브해협과 직접 맞닿은 두바브와 하니시 제도 장악이 핵심이다. 이에 정부군과 동맹군은 남쪽 페림섬 맞은편 해협에 위치한 두바브로 향해 맞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후티가 모카를 완전히 장악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제정책연구센터의 분석가 라시드 알 모하나디는 “진짜 관건은 그들(후티)이 앞으로 48시간에서 72시간 동안 그곳(모카)을 사수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알자지라 방송에 말했다. 사우디가 다시 후티에 대한 공습에 나서 정부군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분명한 건 현재 국면이 이란 전쟁의 전선을 확대하고 있으며 주요한 분기점이라는 점이다.
아에프페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본격화한 예멘에서의 무력충돌로 최소 500명이 숨지고 2만명 가까이 피란을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후티 대변인은 이날 “홍해 연안의 군사 작전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국가적 조처로 국내 평화를 위협하는 도전과 야욕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당 해역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국제 무역은 안전하고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홍해와 바브엘만데브해협의 항행 및 국제 무역은 예멘으로부터 어떠한 위협도 받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후티는 사우디의 바브엘만데브해협 사용을 막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