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관람료 현실화 공개 토론회…2005년 이후 '제자리'
관람객 늘었으나 관람료 수입 줄어…설문 결과 "적정 관람료 9천200원"
"두 차례 기회 놓쳐, 단계적 인상 필요"…예약제 도입 등 아이디어도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2일 경복궁을 찾은 관광객들이 이날부터 출입이 제한된 근정전 월대 인근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는 성수기 관람객 증가에 따른 석조물 손상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이날부터 10월 31일까지 근정전 월대 출입을 제한한다. 2026.9.2 je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1년째 제자리인 궁궐과 왕릉 관람 요금이 햄버거 1개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컬처 바람을 타고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가는 가운데 합리적인 대안과 관람료 현실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규 국가유산기획평가원 대표는 8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주관으로 열린 궁·능 관람료 대국민 공개 토론회에서 "한국의 궁·능 관람료는 국내외 주요 세계유산 관람료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맥도널드의 대표 햄버거인 '빅맥' 가격을 바탕으로 관람료를 비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별관에서 열린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궁능 관람료 대국민 공개토론회에서 김재규 국가유산기획평가원 대표가 '궁능 관람료 체계 논의의 배경과 국내외 비교'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6.9.8 kjhpress@yna.co.kr
햄버거 단품 가격 5천700원을 기준으로 보면 경복궁 관람료(3천원)는 빅맥 0.5개에 불과하지만, 일본 니조성의 관람료는 약 6천860원으로 빅맥 1.2개에 달했다.
프랑스의 관광 명소인 베르사유 궁전은 성수기(4∼10월)에 유럽경제지역(EEA) 이외 국가에서 온 방문객에게 인당 35유로(약 5만4천원)를 받는데, 이는 빅맥 9개 수준이다.
김 대표는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관람료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2025년 한해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찾은 관람객은 약 1천781만명으로, 이 가운데 69%에 해당하는 약 1천229만명이 무료로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대표는 "2024년과 비교하면 전체 관람객은 12.9% 증가했으나 유료 관람객은 5.2%, 관람료 수입은 4.1%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관람객들은 보존·관리를 넘어 더 쉽게 이해하고, 보고 듣고 참여하는 관람을 원한다"며 "합리적인 관람료 체계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서는 적정한 관람료 수준을 조사한 설문 결과도 공개됐다.
최미정 한국성과연구원 대표가 국민 6천6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자들은 궁궐 관람료로 평균 9천203원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선 왕릉과 종묘의 평균 관람료로는 7천196원이 적정하다고 봤다.
현재 1천원∼3천원(고궁 기준)인 관람료와 비교하면 적정 관람료가 3배가 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관람료를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19∼2021년 초대 궁능유적본부장을 지낸 나명하 전 본부장은 "정부가 반대하는 바람에 두 번의 (관람료 인상) 기회를 놓쳤다"며 "너무 늦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나 전 본부장은 "기존의 몇 배 수준으로 올리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관람료 현실화의 쟁점"이라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참여한 45명의 '시민 토론단'은 관람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 궁궐과 왕릉, 종묘 관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한 참석자는 성수기와 비수기를 나눠 관람 요금을 차등적으로 적용하자고 주장했고, 관람객이 많은 시기에는 예약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한복 착용자에 대한 무료 관람 혜택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 관광 통역 안내사로 활동한다는 한 여성은 "한복을 무료 관람 대상으로 포함하기보다는 50% 할인 제도 등을 운영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별관에서 열린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궁능 관람료 대국민 공개토론회에서 조규형 궁능유적본부장이 인사말 하고 있다. 2026.9.8 kjhpress@yna.co.kr
평소 궁궐에서 한복을 입고 자주 촬영한다는 참석자는 "국적을 알 수 없거나 정체불명의 복장이 정말 많다. 우리 한복이 '험하게' 다뤄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조규형 궁능유적본부장은 "지속 가능한 보존과 활용을 위해 현행 관람료 체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궁궐과 왕릉 관람료는 2005년 인상된 이후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경복궁과 창덕궁 관람료는 성인 1명당 3천원, 창경궁과 덕수궁은 1천원이다. 창덕궁 후원을 관람하려면 추가로 관람료를 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별관에서 열린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궁능 관람료 대국민 공개토론회에서 조규형 궁능유적본부장이 인사말 하고 있다. 2026.9.8 kjhpress@yna.co.kr
조선왕릉은 성인 기준으로 500∼2천원의 관람료가 책정돼 있다.
다만 만 24세 이하나 만 65세 이상 내국인, 만 18세 이하 혹은 만 65세 이상 외국인, 독립유공자 및 배우자, 국가유공자, 임산부 등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궁능유적본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 등 4대 궁과 종묘를 방문한 관람객은 741만여 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여러 의견을 검토한 뒤 새로운 궁·능 관람료 기준을 확정해 11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는 변경된 관람료가 적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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