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석달 동안 굳게 닫혀 있던 2-3 출입문 앞으로 경찰 기동대 200여명과 대한체육회 직원 30여명이 빠르게 다가섰다. 주변에 흩어져 있던 20여명의 시위대와 유튜버들이 뒤늦게 따라붙었지만, 출입문 주변은 순식간에 경찰에 둘러싸였다.
경찰이 출입문 셔터에 붙은 ‘부정선거 재선거’라 쓰인 천막과 각종 현수막 등을 떼어내자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국민 주권이 먼저 아니냐”, “증거 인멸하려는 것 아니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경찰이 스크럼을 짜고 바리케이드를 세워 시위대를 차단하면서 물리적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오전 9시13분, 셔터가 올라가자 시위대 사이에서는 “아!” 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대한체육회 직원들과 경찰이 핸드볼경기장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이었다. 막혀 있던 사무실 문이 열리기까지 꼬박 95일이 걸렸다.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9곳은 석달 넘게 출입이 가로막혀 극심한 업무 차질을 빚어왔다. 특히 일본 아이치·나고야 하계아시안게임 개막이 임박한 데다 전날부터 2027학년도 대입 체육특기자 수시 전형 원서 접수가 시작돼 업무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체육회의 설명이다. 체육회는 지난달 10일과 이달 4일 두차례에 걸쳐 경찰에 공식 지원을 요청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공공안전차장의 현장 지휘 아래 28개 기동대와 대화경찰 50명, 형사 100여명을 투입했다. 경기장 안 투표지 보관 장소 훼손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선관위 특검 관계자 4명, 선관위 관계자 6명, 한국체육산업개발 관계자 5명이 참관인으로 동행했다. 전날 출범한 이태한 특별검사팀은 경찰에 올림픽공원 개표소에 남은 투표인명부 등 각종 투표 관련 서류에 대한 현장 보존을 요청한 상태다. 서울경찰청은 “투표지 보관장소가 특검의 수사 대상물로서 보존 필요성이 있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투표지 보관에 한치의 오점도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장 내부로 들어선 종목단체 직원들은 각자 사무실로 흩어져 분주히 짐을 꾸리는 사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 박충권 수석대변인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0여분간 핸드볼경기장 내부를 둘러본 뒤 빠져 나온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려진 확성기를 들고 시위대 앞에 섰다. 그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데, 하필 이런 때를 고른 것에 우선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오늘 물품 반출 과정을 모두 영상으로 촬영을 했다. 국민의힘에서도 그 영상 하나하나를 보면서 다른 의문점이나 의혹들이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발언을 마치자 시위대 사이에서는 “장동혁 파이팅” 등 환호가 나왔다.
물품 반출은 진입 1시간10여분만인 오전 10시30분께 마무리됐다. 김대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물품 반출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아시안 게임이 목전이라 부득이하게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게 됐다”며 “일단 장비, 서류를 꺼냈으니 선수단 운영에 지장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함세희 대한수중핀수영협회 사무처장은 “컴퓨터 하드, 노트북, 인감 등 최소한의 업무수행에 필요한 것들을 반출했다”며 “임시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