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올해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해 4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4만달러를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이미 발표된 속보치와 같았다. 명목 국내총생산은 전기 대비 9.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4% 성장해 1979년 3분기(27.7%) 이후 약 47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김화용 한은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부장은 “중동 전쟁 여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가 늘고 반도체 관련 수출이 증가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강한 성장세가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김 부장은 “반도체 기업 중심의 기업 수익성 개선이 영업이익 증가에 이어 정부소득(세 수입), 가계 소득 증가로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을 경제활동별로 나눠보면 제조업이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를 중심으로 전기 대비 1.4%,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 건설업은 토목건설이 줄며 1.9%(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고, 서비스업은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금융 및 보험업, 정보통신업을 중심으로 1.0%(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항목별로는 민간소비가 재화와 서비스 소비가 모두 늘어 전기 대비 0.4% 증가(전년 동기 대비 2.4%)했고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0.1%(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 건설투자는 0.1%(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기계류(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중심으로 0.2%(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생산물투자는 연구개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3.4%(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수출은 반도체, 기계 및 장비를 중심으로 1.3%(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했고 수입은 자동차, 기계 및 장비 위주로 0.7%(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다.
명목 국내총생산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제조업, 금융 및 보험업을 중심으로 총영업잉여(자본과 경영에 대한 대가)가 전기 대비 18.5%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풀이했다. 피용자 보수(노동에 대한 대가)는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3.1%,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988년 4분기(15.7%)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기록됐다.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국내총생산 성장률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1분기 때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한 교역조건 개선(수출가격 상승>수입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명목 국민총소득은 전기대비 8.8%,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저축률은 45.6%로 전 분기보다 3.9%포인트 올라 1970년 통계 공표 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저축률 상승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8.9%)이 최종소비지출(1.6%)을 웃돈 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저축률 상승은 소비 여력이 커진 것을 뜻해 미래의 소비와 투자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한은은 내다보고 있다.
한은은 지금 흐름대로라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3.3%)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화용 부장은 “올해 하반기에 0.2∼0.3% 정도 성장하면 연간 성장률 3.3%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지 않는 한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영향에 대해선 “환율은 수출뿐 아니라 수입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상쇄될 것”이라며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 부문의 경우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환율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