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온상승폭 1.5도 제한 불가능” 인정…‘초과 후 재감축’으로 목표 전환

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다우닝가 총리 관저 인근에서 영국 기후 단체 ‘행동하는 엄마들’ 소속 회원들이 화석연료 사용 축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유엔이 지구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전 대비 섭씨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기후협약의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인정하고 새 전략을 제시했다.

2일(현지시각)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기후변화 보고서 ‘초과 억제’(Limiting Overshoot)는 지구 기온 상승 폭이 향후 수년 내에 1.5도 목표를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상으로도 이번 세기 중반에 1.8도, 현재 각국의 정책이 유지되는 시나리오에선 2.6도로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유엔은 그동안 1.5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공식 보고서로 1.5도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앞서 약 200개국이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의 온도 상승이 초래할 위험을 우려하며 지구 기온 상승을 제한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지구는 화석 연료 연소 등의 영향으로 1850∼1900년 대비 이미 약 1.4도 상승했으며, 지난 3년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다. 2024년에 이미 연평균 온도가 1.5도를 넘기긴 했지만, 20년가량의 장기 평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아직 1.5도를 넘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보고서는 지구 기온의 상승폭이 1.5도 목표치를 넘어설 것이 사실상 확실하므로 이제 기후 변화를 역전시키는 방향으로 목표를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구 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돌파한 후 온난화 감축 노력을 통해 이번 세기 안으로 다시 1.5도 미만으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1.5도를 돌파한 수십년 간의 기간 중에는 더 심각한 기후 현상으로 더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병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영국 기상청 및 엑서터대학 소속 기후 과학자 리처드 베츠는 “불행하게도 네팔 대홍수 같은 일들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구 온난화의 정점을 제어해야 하는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24일(현지시각) 프랑스 남서부 바조르당에서 한 농부가 이상 기후와 물 부족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한 옥수수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1.5도는 여전히 우리의 목표지만 이제 이전과 다르게 위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 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더 큰 국가들이 가장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앤드류 위버 빅토리아대 기후과학자는 “그동안 나온 유엔의 기후 보고서 중에서 가장 암울하다”며 “보고서엔 절망과 좌절, 절박함이 담겨 있지만, 체념하고 있지는 않다. 0.1도라도 낮추면 그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기온 상승 폭을 1.5도 미만으로 낮추려면 세계 각국은 탄소 배출량 상쇄를 넘어 순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여러 저자들은 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의 광범위하고 신속한 감축과 함께 대기 중에서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탄소 제거 기술이 필수라고 밝혔다. 나무를 더 많이 심는 방법은 지구 평균 온도를 0.1도 낮추는 것에 그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기술은 만능 해결책이 아니며 화석 연료 사용 감축도 여전히 꼭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베츠 교수는 “면죄부처럼 탄소 제거 기술에 의지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시급하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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