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서건창의 야구 인생은 늘 굴곡진 파란만장함의 연속이었다. 2008년 LG에 육성선수로 입단했으나 단 1경기 출전 후 방출 통보를 받았던 그는, 넥센(현 키움)에 입단하며 신화를 썼다. 특히 128경기 체제였던 2014년,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200안타 돌파를 넘어 단일 시즌 201안타라는 대기록을 작성하며 정규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후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2021년 트레이드를 통해 친정 LG로 복귀했으나 부진 끝에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2024년 KIA로 둥지를 옮겨 팀의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지만, 지난 2025시즌 1군 10경기 타율 0.136에 머물며 또다시 방출 통보를 받아 은퇴 갈림길에 섰다. 벼랑 끝에 몰린 베테랑에게 손을 내민 것은 영광의 시절을 함께했던 친정팀 키움이었다.
시즌 출발 당시만 해도 팀 내 입지는 백업 요원에 가까웠다. 계약이 늦었기에 스프링캠프도 지각 합류였다. 그러나 서건창은 이번 시즌을 '마지막 유니폼'이라 여기며 배수의 진을 쳤다. 시범경기부터 날카로운 타격감을 뽐냈지만, 갑작스러운 손가락 골절상의 악재 속에서도 철저한 자기 관리로 빠르게 몸을 만들어 5월 9일 KT 위즈전을 통해 복귀했다.
뒤늦게 개막전을 치른 서건창은 어느새 83경기에 나서 타율 0.323(325타수 105안타)로 규정타석에 진입해 최고 타율 경쟁에 합류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무려 0.400에 달하고, 8월 월간 타율 역시 18경기에서 0.391을 찍었다. 식지 않는 불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맹활약에 사령탑도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28일 잠실 구장에서 만난 설종진 감독은 서건창의 100안타 도달에 대해 "나 역시도 생각지 못했던 100안타 고지"라며 혀를 내둘렀다.
설 감독은 "사실 캠프에 늦게 합류해 주전보다는 백업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본인이 준비를 정말 잘해줬다"며 "시범경기 때 좋은 역할을 해줬고, 부상으로 페이스가 떨어질 수도 있었는데 몸을 잘 만들어와 지금까지 훌륭하게 해주고 있다. 본인의 재능을 잘 펼쳐 보이며 후배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고 있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칭찬만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거듭된 방출과 은퇴 위기를 불굴의 절실함으로 이겨낸 서건창. 영광의 시작점이었던 버건디 유니폼을 입고 다시금 맹타를 휘두르는 그의 방망이가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