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 허위종결 경찰 왜 그랬나…범행 동기 미스터리

가림막 쳐진 시신 발견 현장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6일 장기실종 장미란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농장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2026.8.26 jihopark@yna.co.kr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로 구속된 제주지역 현직 경찰관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A 경장이 아직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왜 실종신고를 임의 종결했는지', '본인에게 어떤 실익이 있었는지' 등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허위 종결하고 시스템에서도 삭제

장미란(37)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께 장기 투숙하던 숙소에서 나갔다.

함께 지내던 남자친구는 사흘 뒤인 15일 오후 6시 43분께 112로 실종신고를 했고 당시 야간당직자였던 A 경장이 신고를 접수했다.

제주서부경찰서 한림파출소 소속 경찰관은 실종 신고가 접수되자 신고자를 만나 상황 설명을 듣고, 장씨 휴대전화 위칫값인 한림항 주변을 수색했다.

그러다 A 경장이 신고 접수 2시간 30여분 만인 오후 9시 16분께 신고자에게 '연락이 닿았지만,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거짓말하고 사건을 종결하면서 수색 중이던 경찰도 철수했다.

A 경장은 사건을 종결하며 실종자 프로파일링(경찰 실종자 관리) 시스템 관리 목록에서도 장씨 자료를 삭제했다.

영장실질심사 마친 제주 '실종 허위종결' 경찰관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 A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6.8.25 jihopark@yna.co.kr

이때 A 경장은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상 장씨 관련 자료를 삭제하려고 '교통사고 사상자'라는 코드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는 변사나 교통사고 사상자 등의 특별한 사유의 유형 코드를 선택해야 시스템 관리목록에서 관련 자료가 삭제된다.

A 경장은 지난달 2일 오후 6시 2분께도 당직을 하던 중 60대 남성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5시간 반만인 오후 11시 38분께 장씨 사건과 마찬가지로 허위 종결했다.

하지만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실종 104일 만에, 60대 남성 시신은 55일 만에 발견됐다.

경찰 수사에서 A 경장이 장씨 등과 통화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A 경장은 구속돼 조사받으면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실익도 없는데…경찰 내부에서도 "이해 안 돼"

그렇다면 A 경장은 왜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했을까.

성인 실종사건의 경우 실종신고가 접수된다고 하더라도 하루 이틀 내 실종자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실종신고에 따라 실종자를 찾는다 하더라도 실종자가 반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A 경장도 안이한 판단으로 첫 신고를 받았을 때 곧 장씨가 나타날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하에 사건을 자체 종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범죄 수사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익명을 요구한 제주지역 한 경찰은 "성인 실종 사건의 경우 단순 가출이나 자진 귀가로 마무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몇 번 실종자와 연락한 것처럼 꾸며 사건을 종결하고도 문제가 생기지 않자 같은 방식을 되풀이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문은 계속 남는다.

60대 남성 실종자 가족은 신고 당시 실종자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정황도 같이 알렸다. 이때 A 경장은 신속하게 사실관계 여부를 따져야만 했다.

게다가 실종자 신원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A 경장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등 실익이 적은 데다 실종신고를 접수했더라도 특별히 업무가 더 늘어날 일도 없다.

A 경장이 장씨 실종신고를 접수했지만, 수색은 한림파출소가 맡았던 것이 실례다.

경찰 수사 부서 관계자들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A 경장의 허위 종결에 대해 "도저히 이해되질 않는다", "내부에서도 왜 사건을 임의로 처리했는지 궁금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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