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장 "형벌 목적은 갱생"…방청객 "공감도 이해도 못 할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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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국민적 공분을 산 '해든이' 학대 살해 사건의 친모에게 감형을 선고한 항소심 재판장은 고전 철학서를 인용하며 고심의 흔적을 내비쳤다.
광주고법 형사2부 황진희 재판장(고법판사)은 25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A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하며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리는 것'이라는 책의 한 구절을 낭독했다.
이 책은 로마의 황제이자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2천년 전에 쓴 '명상록'을 재해석했다.
잘못을 범한 사람까지 사랑하고 포용하는 인간의 특성을 숭고한 철학의 이상으로 제시했던 아우렐리우스는 복수나 영구적 격리가 아닌, 무지한 인간을 깨우치고 공동체로 복귀시키는 '갱생'에 형벌의 목적을 뒀다.
황 재판장은 자신 또한 두 아이의 엄마라고 밝히며 "전국에서 제출된 탄원서를 보며 엄벌에 관해 깊게 고심했다. 저 자신을 설득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마음으로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죄를 짓는 이유는 선함과 악함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형벌이란 잘못을 깨닫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돌아오도록 돕는 수단이 돼야 한다"는 구절을 읽어 내려갔다.
재판을 지켜보던 방청객들은 눈물과 한숨을 보였다.
방청객들은 재판이 끝나고 법정 출구에서 10여분간 감정을 추스르고서는 "공감도, 이해도 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피해 아동을 추모하고 A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며 '프리해든스 시민모임'을 결성한 이들은 "저희의 활동이 재판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 허무함에 충격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교화와 갱생을 판사가 언급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학대 피해자가 말 못 하는 어린아이일수록 가해자에 대한 형량이 적은 경향이 있다"며 "해든이 사건이 새로운 기준이 됐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A씨는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11시 43분께 전남광주 여수시 자택에서 생후 4개월인 아들 해든이(가명)를 무차별 폭행하고, 물을 틀어놓은 욕조에 방치해 다발성 골절과 출혈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학대 장면 등이 담긴 홈 캠 영상이 일부 공개되면서 일명 '해든이 사건'이라 불리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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