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12일 소 ‘머위’가 죽었다. 머위는 2019년 10월 태어난 홀스타인 품종 수소다. 육우로는 예외적으로 긴 삶이다. 흔히 ‘젖소’라 하는 홀스타인종은 우유를 생산 못 하는 수컷으로 태어나면 대개 20~24개월 만에 고기로 도살된다. 운 좋게 동물권단체 도움으로 살아남은 머위 등 소 5마리는 2022년 겨울부터 소 생크추어리(갈 곳 없는 동물을 죽을 때까지 보호하는 곳)인 강원 인제 ‘달 뜨는 보금자리’에서 지내왔다.
머위가 일어서지 못하는 앉은뱅이 소가 된 건 죽기 일주일 전이다. 질병도 부상도 아니었다. 평소처럼 먹고 쉬다 위장에 가스가 차며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대동물은 오래 움직이지 못하면 근육·신경 기능이 급속히 떨어진다. 몸무게 1.5톤, 키 2.5m 넘는 머위를 사람 여럿이 떠받치며 자세를 바꿔주려 한 이유다. 하지만 한차례 일어섰던 머위는 다시 주저앉아 세상을 떠났다.
이 소의 죽음은 특별한가. 딱히 그렇지 않다. 날마다 우리나라에선 소 2천여마리, 돼지 3만~4만마리, 닭 수백만마리가 도살된다. 최근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돼지·닭 55만2천여마리, 양식 어류 160만마리가 폐사했다(8월4일 기준). 그저 숫자로만 헤아려지는 무수한 죽음과 머위의 마지막이 다른 점은 하나다. 머위는 우리처럼 고통·즐거움을 느끼는 감응력과 개성을 지녔다는 걸 알릴 기회가 있었지만, 다른 동물에겐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생크추어리는 ‘증언의 공간’이다. 착취당한 농장·야생·승용 동물이 타고난 수명을 누리는 이곳에서, 빼앗기지 않았다면 모든 동물이 누렸을 마땅한 삶이 이어진다. ‘거주 동물’은 생존자로서 공장식 축산의 민낯을 드러낸다. 가축시장에서 구조돼 세계 최초 동물 보금자리인 ‘팜 생크추어리’의 씨앗이 된 양 ‘힐다’, 도살장에서 태어나 임신 소의 도살 문제를 알린 ‘샬럿’이 그렇다. 머위도 마찬가지다. 활동가들은 근육·뼈보다 살찌는 속도를 앞세운 품종개량을, 머위가 끝내 일어서지 못한 원인으로 봤다.
세계동물생크추어리연맹(GFAS)에 따르면, 전세계 18개국에서 210곳이 넘는 생크추어리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도 곰·돼지·소를 보호하는 보금자리가 있지만, 법적 설치 근거와 운영 지원 방안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뒷받침할 ‘동물보금자리 특별법’ 초안을 마련해 지난달 중순 국회와 입법 논의를 시작했다. 머위는 그 마지막을 함께한 생명들 덕에 쓸쓸하지 않았다. 다음 ‘머위들’도 그럴 수 있을까.
김지숙 지구환경팀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