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북한을 ‘조선’으로 보고에…이 대통령 “신중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부 등의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가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북한을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호칭하는 방안을 다시 밝힌 데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정쟁 대상이 되는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업무보고에서 남북한이 서로 공식 국호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들은 뒤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 분야는 선의를 가지고 제대로 하려고 하면 그것을 오히려 꼬투리 잡아 공격해서 결론적으로는 더 악화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도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북한을 ‘조선’으로 호칭해 논란이 일었던 점을 거론하고 “정말로 잘 고민해야 될 것 같다”고 거듭 신중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의 반응이 없어) 통일부는 메아리 없는 함성을 지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조금 힘들 것”이라며 “평화와 공존의 정책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평화 선순환을 구축하는 평화체제 논의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9월 유엔(UN) 총회에서 평화체제 논의에 착수하고,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평화체제 논의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평화체제 추진을 위해 북한을 ‘주적’으로 표현하지 말고,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 구상도 내놨다.

이날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정 장관의 이런 구상에 대해 “이상주의” “조율되지 않은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한반도 상황과 대북 정책 기조를 두고 두 부처 간 이견이 이례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업무보고 뒤 브리핑에서 “오늘 통일부의 (업무보고) 안을 보면, 많은 부분이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논의와 합의를 거친 것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평화체제를 위해 4자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정 장관의 제안을 두고서도 조 장관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 장관이 이상적인 말씀을 한 거니 디스카운트를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러시아가 개최하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참여 검토는) 사실 외교부의 몫”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민희 장예지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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