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수용시설 피해자 개별 소송 필요 없도록”…특별법 제정 촉구

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인과 이들을 지원하는 활동가·연구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남인순 국회부의장,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자 지원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진실화해위원회 조사를 받은 후 또다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버겁게 느껴집니다.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만 국가가 우리의 피해를 알아주고 지원해 준다는 것입니까.” (장창열 시립아동보호소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

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자들과 이들의 회복을 지원하는 국회의원·연구자·활동가들이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별 소송 없이도 국가가 집단수용시설 피해 사실에 대해 직접 보상하고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남인순(더불어민주당)·김예지(국민의힘) 의원,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유가족실종자모임,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인 지원·회복 모임 메아리(준) 공동주최로 열렸다.

집단수용시설 피해자들은 국가 기구인 진실화해위 등에서 국가의 인권침해에 대한 피해 인정(진실규명)을 받고도, 별도로 손해배상소송 등을 거쳐야만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2020~2025)에 이어 지난 2월부터 3기 진실화해위가 가동되어 집단수용시설 사건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조사가 가능해졌지만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국가 상대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령·질병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경기도·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는 조례의 경우 타 지역 거주 피해자는 지원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남인순·김예지 의원은 지난 3월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두 의원의 법안에는 공통적으로 △피해자 권리 △국무총리 산하 보상·심의위를 통한 신속하고 적절한 보상 △공공신탁 도입을 위한 재산관리 지원 △보상금 및 생활지원금 지급 외 의료·심리 지원 △피해회복지원센터 등 사회적 치유와 재발방치 대책 마련 등과 관련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가 명시돼 있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유가족실종자모임 대표는 이날 함께 참석한 중증 정신장애인인 누나 한신예(53)씨를 가리키며 “저는 정신병원에서 몇 년째 철창 안에 갇혀 있는 저희 아버지와 누나 때문에 2012년부터 이 사건을 알리게 됐다. 아버지와 누나처럼 정신병원에 갇힌 사람들은 재판을 통해 피해 사실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 생존인들에게 명예와 존엄성을 다시 돌려줄 수 있는 길은 국가의 선사과와 피해 사실에 대한 적극적 인정”이라고 말했다. 한신예씨는 동생 한종선씨와 함께 형제복지원에 1984년부터 수용됐다가 정신질환이 악화해 정신병원을 전전하던 중 2021년 동생 도움을 받아 퇴원했다.

장창열 시립아동보호소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도 “정부는 하루속히 피해자가 소송하지 않아도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사회를 향해 당당히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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