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설득 끝에 사기 확인한 전미애 서해중앙신협 합덕지점장
보안앱 설치하니 '원격조정 상태'…고객 "뉴스에만 나오는 일인 줄" 감사 뜻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상관 없음.]
(당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오시는 어르신 한분 한분 인사도 드리고, 차도 한잔씩 드리다 보니까 아무래도 얼굴을 다 알죠. 낯이 익은 분인데 그날따라 평소와는 아주 달랐습니다."
눈썰미 좋은 충남 당진의 신협 지점장이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조직으로부터 2억 원을 갈취당할뻔한 70대 노인을 지켰다.
전미애 서해중앙신협 합덕지점장은 12일 연합뉴스에 "(어르신이) 처음에는 정말 완강하셨다"며 "재차 설득에 나선 끝에 확인해보니 보이스피싱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지점장에 따르면 신협 조합원 A(70대)씨는 지난달 24일 서해중앙신협 합덕지점을 찾아와 OTP(일회용 비밀번호) 카드 발급을 요청했다.
전 지점장은 A씨에게 다가가 발급 이유를 물었지만, A씨는 번번이 대답을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초조하고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 그의 손에는 인근 축협에서 발급한 1억9천800만원 상당의 예금 해지 전표가 들려있기도 했다.
A씨의 성화에 못 이겨 OTP 발급 절차를 설명한 전 지점장은 A씨의 휴대전화기를 보며 신협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등 수상한 수신 전화 기록을 포착하게 된다.
이후 또다시 여러 차례 실랑이를 벌이고 설득한 끝에 보이스피싱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다.
전 지점장은 "조합원님 이거 너무 이상하다. 딱 한 번만 보안 앱을 설치해서 확인해보자. 그래도 특이한 게 없으면 제가 당장 발급해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앱을 깔아봤더니 휴대전화기가 원격 조종 중인 상태로 나왔다"고 밝혔다.

[충남당진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 확인 결과 A씨는 우체국·카드회사·검찰·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피싱범에게 속아 축협 등 주거래 금융기관에서 기존 예금 2억3천만원을 모두 해지하고 신협에서 새로운 계좌를 개설해 이체하려 했다.
50억대 금융사기에 연루돼 처벌받을 위기에 처했으니 모든 재산을 일시적으로 국가에 귀속해야 한다고 협박한 피싱범은 A씨에게 '자식에게는 범죄 사실을 밝히면 절대 안 된다', '부동산에 투자할 일이 생겨 예금통장을 해지한다고 하면 의심을 피할 수 있다', '거래가 없었던 신협에 가서 계좌를 새로 만들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당진경찰서는 고객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보이스피싱을 예방한 전 지점장에서 감사장을 수여했다.
전 재산을 날릴뻔했던 A씨는 이후 신협을 다시 찾아 거듭 감사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지점장은 "어르신이 뉴스에서만 보던 것을 당신도 당하고 있는 줄은 생각조차 못 했다고 하시더라"며 "당연한 일을 한 건데 칭찬해주셔서 뜻깊다. 앞으로도 책임감 있는 자세로 고객의 재산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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