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대신 범용 D램 승부수…메모리 호황 타고 추격 발판 마련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세계 4위 D램 업체인 중국 CXMT(창신메모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선두 업체와 격차가 여전한 가운데, 차세대 D램 개발과 생산 확대를 통한 추격 전략을 공식화했다.
2016년 설립 이후 10년 만에 세계 4위 D램 업체로 성장한 CXMT가 정부 지원을 넘어 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다.

[연합뉴스 로이터 자료사진]
11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지난 9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투자설명서를 제출하고 IPO 절차를 시작했다.
CXMT는 투자설명서에서 자사를 생산능력 기준 중국 1위·세계 4위 D램 업체로 소개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을 주요 경쟁사로 지목했다. 이어 "글로벌 선두 3개 업체와는 여전히 일정한 격차가 존재한다"며 "생산능력과 연구개발(R&D), 매출 규모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생산능력(캐파) 확대와 연구개발 투자, 차세대 메모리 기술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CXMT는 이번 IPO를 통해 295억위안(약 6조5천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조달 자금은 생산라인 기술 업그레이드(75억위안), D램 기술 고도화(130억위안), 차세대 D램 선행기술 연구개발(90억위안) 등에 투입된다. 전체 투자 계획은 345억위안 규모로 부족한 자금은 자체 재원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번 투자설명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CXMT가 '중국 1위'보다 '세계 4위'를 거듭 강조하고, HBM보다 DDR5·LPDDR5X 등 범용 D램 제품군을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제시한 점이다.
HBM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범용 D램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AI 서버 투자 확대로 범용 D램 수요와 수익성이 함께 높아진 시장 환경을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실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CXMT의 지난해 매출은 LPDDR 제품이 66.4%를 차지했고 DDR 제품이 31.9%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이 범용 D램 제품군에서 발생했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CES 개막 3일차인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컨벤션센터 SK 하이닉스 부스에 디램 관련 제품이 전시돼 있다. 2026.1.9 ksm7976@yna.co.kr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CXMT의 D램 시장점유율은 전 분기 4.7%에서 7.6%로 뛰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8.6%로 1위를 유지했고 SK하이닉스는 28.8%, 마이크론은 22.4%를 기록했다.
AI 서버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후발 업체인 CXMT가 글로벌 3사의 공급 부족분을 메우면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애플이 일부 제품에 CXMT D램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글로벌 고객사 확보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호황기에는 후발 업체들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며 "지금은 글로벌 3사가 공급하지 못하는 물량을 CXMT가 채우는 구조여서 점유율 확대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계속해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중국 정부의 반도체 대기금 등이 성장을 뒷받침했다면 앞으로는 IPO를 통한 자금 조달까지 더해져 투자 여력이 한층 커질 것"이라며 "상장 이후에는 실적과 투자 성과가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되는 만큼 CXMT의 경쟁력도 본격적으로 검증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IPO를 계기로 CXMT가 정부 지원에 더해 민간 자본까지 활용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향한 추격에 속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서 글로벌 3사도 AI 메모리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AI 메모리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첨단 패키징 공장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마이크론 역시 미국과 일본 등에서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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