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해 추진 중인 약 43조1400억원(약 281억달러) 규모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공모가, 공모가 확정을 앞두고 물량을 여러 배 웃도는 매수 주문을 끌어모으며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미국 통신 <블룸버그>는 7일(현지시각)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SK하이닉스의 280억달러 규모 미국 상장이 9일 공모가 결정을 앞두고 이미 수배 초과 청약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글로벌 롱온리(long-only) 펀드와 기술주 중심 투자자들로부터 강한 초기 수요가 몰렸다고 전했다. 롱온리 펀드는 공매도 없이 장기 보유를 전제로 주식을 사들이는 운용사를 뜻하며, 통상 대규모 안정적 수요의 척도로 여겨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6일 시작된 회사 측 투자설명(마케팅 콜)에는 약 1000곳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했다.
공모가는 9일(현지시각) 확정되고, 나스닥 글로벌셀렉트마켓 데뷔는 10일로 예정돼 있다. 국내 청약·납입일은 14일, 신주 상장일은 29일이다. 다만 초과 청약 배수 등 구체적 경쟁률은 비공개 사안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신고서에서 ADR 1억7790만주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ADR 1주는 보통주 0.1주에 해당하며, 종목코드(티커)는 SKHY다. 7월3일 종가 기준 ADR 1주당 기준가격은 24만2500원(약 158달러)으로 제시됐다.
영국 통신 <로이터>는 실제 공모가가 1주당 166달러 안팎에서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베일리기퍼드, 코튜매니지먼트, 시추에이셔널어웨어니스파트너스 등 핵심 투자자(코너스톤)들은 최대 70억달러 규모의 ADR 매수 의향을 밝혔다.
공모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증권과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이 대표 주관사로 이끌고 있으며,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국내 규정에 따라 상장 이후에도 20% 이상 지분을 유지한다.
SK하이닉스는 조달 자금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등 국내 생산설비 확충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구매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공모가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2014년 알리바바의 뉴욕 상장(약 250억달러)을 넘어서는 외국 기업의 역대 최대 미국 증시 상장이 된다. 규모로는 지난달 스페이스X의 데뷔에 이어 두 번째지만, 외국 기업만 놓고 보면 최대 기록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만 상장돼 미국 투자자의 직접 접근이 제한됐던 만큼, 이번 상장은 저평가 해소의 계기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배 안팎으로 경쟁사 마이크론(7배 안팎)보다도 낮다.
HBM 수요가 2027년 물량까지 사실상 완판된 가운데, 미국 투자자에게 직접 매매 창구를 열어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받겠다는 전략이다. HSBC는 최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00만원으로 38% 상향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7일(현지시각) UBS그룹의 세일즈·트레이딩 데스크가 고객 노트에서 SK하이닉스 ADR을 사고 서울 상장주식은 팔라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10일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나온 이 권고는 ADR이 서울 상장주 대비 프리미엄(웃돈)에 거래될 가능성에 근거한다.
UBS는 헤지펀드 등 기관에 ADR이 보유·결제 면에서 더 효율적이고 저렴한 데다, 서울 상장주를 담지 않던 글로벌 운용사들도 미국 증권은 살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보유자는 ADR을 서울 상장주로 되돌릴 수 있지만 역방향 전환은 한국 당국 승인이 필요해 미국 라인이 지속적 프리미엄을 형성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대만 TSMC의 ADR은 이달 대만 상장주보다 평균 16% 높게 거래됐다. UBS는 SK하이닉스에 매수 의견을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320만원으로 상향했다.
다만 흥행 열기는 반도체주 약세 국면에서 나왔다. 이날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은 6% 넘게, 샌디스크와 웨스턴디지털은 각각 10%, 9% 안팎 급락했다. SK하이닉스 서울 상장주식도 7일 6% 넘게 내린 220만1000원에 마감했지만, 올해 들어 누적 상승률은 여전히 230%를 웃돈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서버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1분기 기준 58%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상장 배경에 대해 글로벌 빅테크가 상장된 미국 시장에서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제대로 재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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