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원금 보장형’ 발행어음 및 종합투자계좌(종합투자계좌) 금액이 57조원에 이르는 가운데 모험자본 의무 투자액이 증가하면서 발생증권사들의 유동성 지표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는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닌데다 증권사가 파산하면 원금 손실 위험이 여전히 있는 만큼 공시 강화 등 투자자 보호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7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인가받아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를 운영하는 대형 증권사는 지난 3월 기준 종합투자계좌 사업자 3곳(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증권), 발행어음 사업자 7곳(종합투자계좌 사업자 및 케이비·키움·신한·하나증권)이다. 발행어음은 2017년에 도입된 이후 누적 발행잔액이 2020년 15조6천억원에서 지난 1분기 54조4천억원으로 늘었다. 종합투자계좌도 2025년 말 1조2천억원에서 지난 1분기에 2조8천억원으로 증가하면서 고속 성장 국면에 진입한 양상이다.
종투사는 자본시장법상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일정 비율을 모험자본으로 공급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 올해는 10%이고, 내년 20%, 2028년 25%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총 9조8800억원의 모험자본을 공급했다.
그런데 이처럼 위험자본 투자가 확대되면서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본적정성과 유동성 지표가 하락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일반 국내 증권사의 유동성비율(잔존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 자산/잔존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 부채)이 2017~2025년 중 4%포인트 하락한 반면,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종투사의 이 비율은 같은 기간에 1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6월 기준 공시된 4개 종합투자계좌 상품의 경우 출시 이후 3개월 동안 자산의 약 80%가 대출 및 수익증권(펀드)에 투자돼, 약 156억원의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처럼 종합투자계좌는 운용 성과에 따라 추가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만기 때 증권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갖는다. 발행어음도 확정금리, 원금상환 약정 등 원금 보장성을 갖고 있는데, 발행어음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64%(2025년 말)에 이른다.
김나율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종투사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는 비교적 최근 도입돼 전통 금융상품에 비해 투자자가 상품 구조와 리스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며 “일반 투자자는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의 원금 보장성에 기초해 은행 정기예금과 유사하다고 오인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종투사의 신용위험, 조달-운용 시점의 만기 미스매치 같은 별도의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발행어음은 그 특성상 만기가 1년 이하이고 장기성 자산인 기업금융에 50% 이상 투자되고 있는 터라 투자금 회수가 1년 이상으로 길어져 유동성 문제가 내재해 있다. 이른바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에 따른 구조적 미스매치’가 초래하는 유동성 위험이다.

또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는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법적으로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종투사가 만약 파산하면 원금손실 가능성 같은 투자위험이 여전히 있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종합투자계좌 약관에 부실자산 발생 등 중대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즉시 알리도록 명시해야 한다”며 “종합투자계좌 사업자가 수탁금 투자운용보고서를 공모펀드에 준하는 수준으로 투자자에게 분기별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