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인증 의무화 첫날…반복 실패·현장 혼선도
명의도용·대포폰 차단 목적…다중인증 시대 개막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정부가 보이스피싱과 대포폰 범죄를 막기 위해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등 휴대전화 부정사용 방지 대책을 시행한다. 30일 서울 중구의 한 통신사 대리점에서 관계자가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을 시연하고 있다. 2026.6.30 pdj6635@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하영 기자 = "얼굴 인식이 정상적으로 완료되지 않았어요. 안내에 따라 다시 촬영해주세요."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 등 다중 본인확인 절차가 의무화된 첫날인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안면인증 절차를 직접 체험했다.
본인 얼굴로 인증을 시도했지만 실패 안내가 세 차례 연속 떴다. 결국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은 뒤에야 겨우 인증을 마칠 수 있었다.
이날부터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 사업자는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 시 기존 신분증 확인 외에 안면인증을 추가로 거쳐야 한다.
안면인증이 어렵거나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행정안전부 모바일 신분증이나 당일 발급 주민등록초본 등 대체 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 안면인증 세 차례 실패…결국 처음부터 다시 진행
개통은 신분증 스캔으로 시작됐다. 운전면허증을 스캐너에 인식시키자 통신사 업무용 포털 화면에 고객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발급일자, 면허번호 등이 자동으로 입력됐다. 이어 판매 직원이 생성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자 신원 확인 페이지가 열렸다.
인증은 PASS 앱 또는 웹브라우저 방식 가운데 선택할 수 있었다. 먼저 브라우저 인증을 선택하자 카메라와 위치정보 접근 권한을 허용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이후 정면을 응시하고 눈을 깜빡인 뒤 얼굴을 좌우로 움직이라는 안내에 따라 동작을 수행하니 1~2초 만에 인증이 완료됐다.
이번에는 PASS 앱 인증을 시도했다. 일부러 판매 직원의 얼굴로 인증을 시도해 봤더니 즉시 신원확인 실패 안내가 떴다. 명의자가 아니면 인증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번에는 기자 본인의 얼굴로 다시 인증을 시도했지만 PASS 앱에서는 세 차례 연속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신분증을 다시 스캔하는 단계로 되돌아가 전 과정을 다시 진행한 뒤에야 개통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 등 다중 본인확인 절차가 의무화된 첫날인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안면인증 절차를 직접 체험했다. [권하영 캡쳐]
◇ 모바일 신분증·주민등록초본 등 대체 수단도 존재
안면인증이 원활하지 않거나 이를 원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모바일 신분증 대체 인증도 함께 체험해봤다.
직원용 태블릿에서 모바일 신분증용 QR코드를 요청하면 15초 안에 인증을 완료해야 한다. 미리 내려받은 행정안전부 모바일 신분증 앱을 실행해 QR코드를 촬영하고 정보를 전송하자 곧바로 인증이 끝났다. 안면인증과 달리 별도의 촬영이나 동작 없이 간단하게 처리됐다.
다만 안면인증과 모바일 신분증 모두 사용할 수 없을 때 활용하는 '당일 발급 주민등록초본' 대체 인증은 현장에서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날 취재에 응한 판매점 직원도 초본으로 본인확인을 대신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으며, 구체적인 확인 절차 역시 안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 시행 초기 혼선…정부·업계 "안착까지 시간 필요"
안면인증 의무화가 이제 막 발을 뗀 현장에서는 이처럼 인증 실패와 대체수단 안내 부족, 이용자들의 거부감이 맞물리며 당분간 혼선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판매점에서는 시범운영 기간에도 안면인증에 거부감을 보이는 이용자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며 불신을 드러내는 사례가 많았다는 전언이다.
판매 직원 A씨는 "개인정보는 절대 저장되지 않는다고 설명드려도 무작정 하지 않겠다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그럴 경우 개통이 어렵다고 안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용 포털 화면. [권하영 촬영]
정부는 시행 초기 혼선을 최소화하면서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30일 '휴대전화 부정사용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안면인증 오탐을 줄이고, 안경 착용이나 빛 반사 등 인증 실패 원인을 문자와 음성, 진동으로 안내하는 등 시스템 안정화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이번 조치를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휴대전화가 금융 거래와 본인 인증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명의도용과 대포폰을 이용한 범죄 피해가 늘고 있는 만큼, 개통 단계에서부터 차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통신정책연구소장은 "기존에 휴대폰 판매점에서 사용해온 신분증 스캐너는 식별 수준이 초보적인 단계에 그쳐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았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판매점의 관리와 책임으로 전가되는 경우가 잦았다"며 "범죄 악용을 막기 위해서는 현행 스캐너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kwon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