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더그아웃에서 울려 퍼진 응원 구호는 우리 사회에 거대한 충격과 분노를 안겼습니다. 더그아웃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외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 언뜻 보면 평범한 커피 전문점 이름 같지만, 이 안에는 호남 지역을 비하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끔찍하게 조롱하는 고인 모독의 메커니즘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단순히 “철없는 고등학생들의 해프닝”이나 “일부의 일탈”로 치부하며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이는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지역 차별의 역사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 문화가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어떻게 오염시켰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이 현상이 왜 그토록 끔찍한지 역사적 사실과 함께 짚어보고, 왜 이번 사건에 대해 강한 처벌과 본보기가 필요한지 논하고자 합니다.
왜 ‘스타벅스’가 조롱의 무기가 되었나???
이 구호가 악랄한 이유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잔혹한 학살로 희생된 고(故) 전재수 군(당시 11세)의 비극을 정면으로 모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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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24일의 비극: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전재수 군은 광주 남구 진월동 주택가 앞 동산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습니다. 이때 계엄군(특전사)들이 탄 장갑차가 마을을 통과하며 무차별 사격을 가했습니다. 깜짝 놀란 전재수 군은 도망치던 중 고무신이 벗겨지자, 이를 주우려고 뒤를 돌아섰다가 계엄군의 총탄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겨우 11살, 고무신 한 짝 때문에 목숨을 잃은 이 가슴 아픈 사연은 5·18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가장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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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의 악마 같은 언어 왜곡: ‘일베’를 비롯한 극우 세력들은 이 숭고하고 가슴 아픈 죽음을 조롱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재수 군이 고무신을 주우려다 사망한 것을 비꼬아, “딕스(고무신 브랜드) 주우러 가야지”라는 반인륜적인 혐오 표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대중적인 브랜드명과 결합해 변형된 형태가 바로 “스타벅스(‘벅스’와 고무신 브랜드 연상 등) 가야지” 혹은 신발 브랜드와 연계된 은어 구호들입니다.
고작 11살 나이에 국가 폭력의 총탄에 스러진 아이의 죽음을, 2026년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스포츠 경기장에서 응원 구호랍시고 떼창을 했다는 사실은 소름이 끼치도록 잔인하고 끔찍한 일입니다.
💻 2. 청소년을 잠식한 ‘일베 고인 모독 문화’의 현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고인 모독과 5·18 조롱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종의 ‘힙한 놀이 문화’나 ‘금기를 깨는 재미’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넷과 유튜브, SNS를 통해 일베식 유희와 혐오 표현을 무비판적으로 흡수한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쓰는 용어가 얼마나 반인륜적인지 인지조차 못 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재미있다"는 이유로 단체로 뿜어냅니다.
과거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이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영남 중심의 개발을 추진하고, 호남을 ‘빨갱이’, ‘폭도’ 프레임으로 묶어 철저히 고립시켰던 그 악랄한 지역 차별의 유산이, 오늘날 청소년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놀이’의 형태로 완벽하게 부활한 것입니다. 역사적 공감 능력과 인권 감수성이 마비된 청소년 괴물들이 학교와 스포츠 현장에서 길러지고 있는 셈입니다.
‘강력한 처벌’로 본보기를 세워야 하는 이유
배재고등학교 측이나 해당 야구부는 논란이 커지자 "뜻을 잘 모르고 썼다", "일부 학생들의 장난이다"라며 변명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사회적 합의를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처벌과 징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팀 단위의 공유된 인식, 공동 책임: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듯, 이 구호는 한두 명의 돌출 행동이 아니라 더그아웃 전체가 리듬을 맞추어 조직적으로 외친 것입니다. 이는 지도자와 학교가 학생들의 일베식 혐오 문화를 방치했거나 동조했다는 증거입니다. 따라서 해당 야구부 전체에 대한 공식 대회 출전 정지, 지도자 중징계 등 강력한 연대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차원의 엄벌: 스포츠는 공정과 존중, 그리고 인류애를 바탕으로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혐오 발언을 일삼는 선수들은 마운드에 설 자격이 없습니다. 협회 차원에서 영구 제명 등 강력한 본보기를 보여주어야만 다른 학교 야구부나 스포츠계 전체에 "혐오 구호는 선수 생명의 끝"이라는 확실한 경고를 줄 수 있습니다. ‘역사 왜곡 처벌법’의 엄격한 적용: 우리에게는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비방·왜곡·조롱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5·18 역사왜곡처벌법’이 존재합니다. 청소년이라 할지라도 악의적으로 고인을 모독하고 역사를 왜곡한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혐오 범죄가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똑똑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지켜낸 것은 다름 아닌 지금 우리 청소년들이 마음껏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자유’입니다. 자신들이 누리는 자유의 기반이 된 역사적 인물들의 피와 눈물을 장난감 삼아 낄낄거리는 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
이번 배재고 구호 논란은 우리 교육계와 스포츠계가 혐오 문화에 얼마나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경종입니다. 가볍게 반성문 한 장으로 넘어간다면, 제2, 제3의 전재수 군이 온·오프라인에서 계속해서 난도질당할 것입니다. 사회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단호하고 강한 처벌만이 우리 사회의 무너진 도덕적 기준선을 다시 세우는 유일한 길입니다.